[칼럼] 성도의 무기

899

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예수님은 십자가 수난의 시험을 기도로 이겨내셨습니다. 기도를 통해 주님은 두려움으로 심히 고민하고 있는 마음과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길 원하는 마음, 그리고 이 두 마음 사이에서 깊이 갈등하고 있는 당신의 내면 세계를 아버지 하나님께 그대로 보여드렸습니다. 그리고 이 시험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구했습니다. 땀이 피처럼 보일 정도로 간절하게 드린 이 기도 때문에 주님은 죽음이라는 거대한 시험을 이겨내고 구원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1987년 영화 감독 피에르는 프랑스 남동부에 위치한 르 샹봉 마을로 향했습니다. 1944년 감독이 태어난 곳이었습니다. 4살 되던 해에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오면서, 그는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것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도 모르고 성장했습니다. 18살 되던 해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던 그에게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영화를 공부하는 중 피에르는 언젠가 자신의 출생지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꼭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르 샹봉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한 1940년 6월 22일, 그 다음 날은 주일이었습니다. 이날 르 샹봉에서 목회하고 있던 트로메 목사는 교인들을 향해 특별한 설교를 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우리의 신앙 양심에 반하는 행동들을 강요당하게 될 겁니다. 그때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주님께서 말씀을 통해 주신 영적 무기들을 가지고 두려움 없이 그러나 결코 교만하지 않고 또한 미워하지 않는 태도로 적들에 저항해야 합니다.” 주민들 90% 이상이 위그노, 즉 프랑스 개신교도들로 이루어진 마을은 이때부터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 감동적인 일을 해냅니다. 그 지역으로 피신해온 유대인들을 받아준 겁니다. 그곳에 머물기를 원하면 각자의 집에 숨겨주고, 중립국 스위스로 도피하길 원하면 길 안내자가 되주었습니다. 정부가 알기라도 하는 날에는 마을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실제로 유대인을 숨겨준 일이 발각되어 마을 전체가 몰살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수상한 낌새를 챈 경찰들이 갑자기 마을을 수색하러 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트로메 목사의 리더십에 따라 마을 주민들은 이 선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하고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기도하는 중 하나님께선 두 가지를 마음에 담아주셨습니다. 하나는 어려운 사람을 도우라는 하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종교 개혁 당시 개신교도로서 카톨릭으로부터 받은 모진 핍박의 역사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에게 주신 시대적 사명을 깨닫고 나자, 수시로 죄어오는 두려움과 불안을 넉넉히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1943년 주 경찰국이 트로메 목사를 잡아가 취조 끝에 그 지역에서 추방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르 샹봉 주민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전쟁이 끝날 때까지, 르 샹봉 마을의 5,000여 주민들이 약 5,000명이나 되는 유태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마을에 도착한 피에르는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그 위험한 시기에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나요?” 주민들의 대답은 비슷했습니다. “우리는 기도했고 하나님께선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순종한 것 뿐입니다.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닙니다.” 이 위대한 승리 이야기는 다큐 영화 “Weapons of the Spirit(영적 무기)”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질병으로 인해 지구 전체가 두려움과 염려에 빠진 이 시대, 믿음의 성도들이 해야 할 일은 진실하고 간절한 기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