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명과 열정 그리고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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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늘 그랬듯이 바울은 에베소에서도 회당을 통해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3개월 사역을 펼치는 동안 방해꾼들이 생겼습니다. 마음이 굳어진 사람들이 생긴 겁니다. 동사의 형태를 보니 수동태입니다. 누군가 그들의 마음을 굳어지게 만든 겁니다. 사단의 세력입니다. 주님의 제자들이 일하는 곳엔 반드시 사단의 세력도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주님의 제자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일하고, 사단은 하나님의 뜻을 방해하기 위해 일하는 겁니다. 그야말로 치열한 영적 전쟁이 벌어지는 겁니다. 복음을 비방하는 정도가 심해지자, 바울은 회당을 떠나 두란노 서원이라는 장소를 빌려 복음을 전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버전의 사도 행전은 바울이 그곳에서 복음을 전한 시간도 기록해놓았습니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두란노 서원은 주인이 철학을 강의하는 지금의 학원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사업을 하고 있는 장소를 어떻게 사용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이 시간의 정보가 풀어줍니다. 당시 에베소의 가게들은 더운 낮 시간 동안에 문을 닫고 쉬었습니다. 그 시간대가 바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인 겁니다. 바울은 자신의 생활비와 서원의 렌트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하는 시간에는 남들처럼 열심히 일하고, 남들이 쉬는 시간에는 복음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 예수님과 하나님 나라에 대해 부지런히 가르쳤던 겁니다. 바울의 하루는 쉴틈이 없었던 겁니다. 바울이 이처럼 소명에 충성을 다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요?

첫번째 비결은 자신에게 소명을 주신 분을 분명히 알았다는 겁니다. 이방인을 향한 복음 전파라는 소명을 주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던 겁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소명이라 최선을 다했고, 하나님께 원수가 되어 살던 자신을 구원해주신 주님께서 맡겨주신 소명이라 감사한 마음으로 감당했습니다. 책임감 하나만으로는 변함없이 지치지 않고 소명을 잘 감당하기가 힘듭니다. 책임감 위에 감사의 마음이 더해질 때, 소명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는 겁니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15장의 고백에 이 비결을 담아두었습니다.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헛되지 않도록 다른 사도들 보다 더 많이 수고했습니다.”

두번째 비결은 자신의 소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았다는 겁니다. 로마서 1장에서 바울은 이렇게 선포합니다.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복음은 예수님이시고, 예수님을 믿는 자는 누구나 예외없이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로마서 10장에서는 “믿음은 복음을 들어야 생기는데, 전하는 자 없이 어떻게 사람들이 복음을 들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합니다. 복음 전하는 자의 소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주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복음 전파 소명이 한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었던 바울은, 자신의 생명을 다해서 그리고 다하는 날까지 이 소명을 열정적으로 감당해낸 겁니다.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바울의 이 고백에 두번째 비결이 담겨 있습니다.

바울은 에베소의 두란노 서원에서 이처럼 복음 전파라는 자신의 소명에 충성을 다했고, 그 결과 아시아 지역 전체, 지금으로 말하면 터키 전체가 복음을 듣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나님께서 두란노 서원에서 복음을 듣고 주님을 믿게 된 성도들을 일군으로 세워 아시아 전역으로 보내신 겁니다. 이때 세워진 교회들 중 대표적인 교회가 바로 요한 계시록에 등장하는 7개의 교회, 에베소, 서모나, 버가모, 두아디라, 사데, 빌라델비아, 라오디게아 교회 입니다.

소명에 대한 열정으로 들끓는 바울을 도구 삼아 당신의 뜻을 이루신 하나님의 역사가 여러분을 통해서도 일어나게 되길 축복하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