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구영신(送舊迎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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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 (선한 이웃 교회 담임/ 미 육군 군목)

“Worst Yet to Come” 오늘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감염병 최고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Dr. Anthony Fauci)가 한 말입니다. 아직도 코로나의 최악의 상태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곧 코로나의 확산이 크리스마스를 지나 신년을 맞이하면서 앞으로 약 두 달간 최고조에 다다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 해의 가장 끝자락에 이르는 순간까지 금년 한 해는 온통 “코로나”로 인해 모든 우리의 삶이 절름발이 신세가 된 듯 비틀거리며 겨우겨우 걸어온 느낌입니다. 오늘 병원에 갔다가 우연히 겨울바람이 차가운 출입구 앞에서 하염없이 흐느껴 우는 한 중년의 미국여성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병상에 누워있을 가족을 만나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에 큰 절망감이 찾아온 듯합니다. 일주일을 넘기며 중환자실에서 홀로 병마와 사투하고 계신 권사님을 만나기 위해 병원을 찾아왔지만, 저도 병원의 코로나 수칙으로 인해 다시 발걸음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통계를 보니 미국에서 지난 한달만해도 65,000명 이상이 코로나로 인해 사망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삼십만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사망하였습니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이들을 잃어버리게 된 수많은 가정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슬픔을 넘어 코로나에 대한 분노와 울분이 솟구치기도 합니다. 학교를 갓 졸업하고 병원에서 일하게 된 딸아이가 업무에 지쳐 반쪽이 된 얼굴로 집을 찾았을 때, 부모의 맘은 편치 않았습니다. 마치 전쟁을 치르듯 여전히 수많은 이들이 코로나와 싸우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뜻하지 않은 사별을 겪어야 하는 안타까운 일들을 경험하면서, 이 땅의 삶에 목숨 걸 듯 의지하여 산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허무한 세상속에서 하나님이 약속한 영원한 소망을 주목하는 것이 참 지혜임을 발견하는 한 해를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은 허무하게 사라질 세상을 의지할 것이 아니라, 영원히 계실 주님을 섬기는 삶을 살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태초에 주께서 땅의 기초를 두셨으며 하늘도 주의 손으로 지으신 바라, 그것들은 멸망할 것이나 오직 주는 영존할 것이요 그것들은 다 옷과 같이 낡아 지리니 의복처럼 갈아입을 것이요” (히1:10-12) 이 같은 유한한 세상을 살면서도 성도들에게 주님이 우리의 영원한 소망이 되는 이유는 그가 만물의 상속자요(Heir),창조주요(Creator),그가 곧 하나님이요(Revealer), 만물의 보호자요(Sustainer), 죄인의 구원자요(Redeemer),영원한 통치자시며(Ruler),모든 어떤 것보다 뛰어나신 분이기(Supreme) 때문입니다. 성경은 주님을 가르켜“이 아들을 만유의 상속자로 세우시고 또 그로 말미암아 모든 세계를 지으셨느니라. 이는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시요 그 본체의 형상이시라.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며 죄를 정결하게 하는 일을 하시고 높은 곳에 계신 지극히 크신 이의 우편에 앉으셨느니라”라고 소개합니다.(히1:2-3) 이같이 성도된 우리는 성자 예수를 믿음으로, 성령의 인도를 따라, 영원하신 성부 하나님을 우리의 “아버지”라 부르는 은혜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여러 고난가운데서도 오히려 성도는 하나님의 영원한 약속에 잇대어 한 해를 소망속에서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올 한 해가 다 끝나갈 무렵에 코로나에 걸리신 권사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 같은 때를 준비함이 아니었는 지, 권사님은 펜데믹이 시작되던 첫 달부터 카톡-라이브 예배에 하루도 빠짐이 없이 참석하였습니다. 겉사람도 아름다운 분이지만, 매일매일 부지런히 영혼의 속사람을 가꿀 줄 아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분이셨습니다. 자식들에게 한 권씩 본인이 친필로 쓴 성경을 남기시겠다며 아침마다 하얀 노트에 성경을 필사(筆寫)하는 시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손녀을 위해 기도의 시간마다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던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새 해의 기도제목엔 언제나 자신보단 교회와 자녀들을 위한 기도의 긴 목록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누구도 예외없이 이 땅에서 우리의 육신의 장막을 벗어야 하는 날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성도들에게는 그 날은 이 육신의 장막을 벗고, 하나님이 예비한 영원한 집에 들어가는 황홀한 새 인생의 여정을 출발하는 날이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주님안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인생 최고의 순간”(“the Best is Yet to Come!”)은 아직도 여전히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이 같은 소망속에서 옛 것을 벗고, 새 것을 덧입는 진정한 송구영신(送舊迎新)을 맞이하시길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