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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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섭(장의사/시카고)

“애시*야,  나는 나중에 옷장 안에 있는 분홍색 한복을 입을거다.”

넘어져 팔 기브스를 하고 거동이 힘들어 누워계신 엄마가 방문한 고모와 한 대화중의 일부이다. 엄마가 귀향하신지 벌써 10년이 가까와 온다. 그 당시 80의 중반에서 엄마는 키우다 시피한 손아래 시누이에게 친구처럼 말씀 하셨다. 저녁 놀을 함께 바라보면 나이는 의미가 없어진다.

며칠 전 100세 생일잔치를 4년 반 전에 온 가족과 함께 치르신 할머니의 장례를 치렀다. 가족이 어머니께서 입으실 수의라고 가지고 왔다. 박스에는  ‘마지막에 입을 수의’ 라고 적혀 있었다. 고인의 필체 같았다. 상품으로 만들어진 옷이 아니고 오래전 직접 만든 옷임을 알 수 있었다. 아들은 “30년도 더 되었을 겁니다. 제가 한국 방문하였을 때 가지고 온 것입니다.”  라고 전해 준다. 모시로 만든 흰 수의는 박스 속에서도 퇴색과 함께 나이 테를 더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만든 수의는 사이즈가 하나인 같다. 큰 사람이 입어도 여유가 남도록 크게 만든다. 부모님께서 입던 옷이라며 맞지 않는 작은 옷을 생각없이 가져오는 것과는 자연적으로 비교가 된다. 염을 해드리고 수의를 입혀 드리며 생각에 빠져든다.

우리 부모님들의 출생은 1920년대를 전후로 한다. 그들은 대부분 서구의 문명이 오기전 일본의 한국 점령시절 조선의 삶을 이어왔다. 한 인생이 엄마의 방에서 오는 것을 보았고 의지했던 어른이 사랑채에서 떠나심도 보았다. 동생을 맞으며 필요한 물품이 무엇인지 심부럼하며 배웠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사별하며 윗 어른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보면서 성장하였을 것이다. 생과 사를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인생을 배웠으리라 생각된다. 그들은 사람이 죽으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망자에게도 옷이 필요하다는 것을  대대로 어른들이 하는 것을 보며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도 마지막으로 입을 옷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태평양 건너 여기까지 가져 오시고 지금까지 준비해 두고 계신 같다. 30년 이상이나…

해방과 6.25의 뒤안길에서 가난과 무식을 벗어나고자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노래하며 한국은 온 국민이 배움에 매달렸다. 소를 팔고 농지를 팔아가며 자녀들을 고등학교로 대학교로 대도시로 서울로 유학을 보냈다. 부지간에 서구 문명의 지식과 학력이 그 사람 판단의 기준이 되었다. 이렇게 사회는 과학으로 발전해 가며 우리는 지식이라는 명함으로 지혜를 시골의 초가에 뭍은 같다. 우리 부모님들의 새대는 무학이거나 국민학교도 겨우 마친 분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상을 전문가에게 의지하며 무방비로 사는 우리 보다 인생의 오고 감을 일목요연하게 바라보며 준비하는 그들은 지혜로운 인생박사들이다.

한국의 수의는 대부분 모시로 만든다. 일반적으로 빨리 자연으로 환원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사용하는 것으로 흔이 알고 있다. 그러나 모시나 삼으로 만든 수의는 1920년 경 일본사람들이 한국의 장례문화를 강압적으로 강요하며 고친 사항 중의 하나이다. 그 전 우리의 조상들은 망자에게 비단으로 옷을 만들어 입혔다. 혹은 평소에 입던 옷을 깨끗이 하여 입혀 드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아울러 설명할 하나는 일본인들이 한국을 강점하고 보니 한국인의 장례가 너무 오랫동안 진행되고 민폐가 되기에 간소화의 일환으로 3일장, 5일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진행된 장례가 우리의 고유 풍습인줄 알고 지금 여기 이민 사회에서도 3일장 5일장을 고수하려고 하는 가정을 만나면 안타까운 마음이다. 온가족이 모일 수 있는 합당한 시간이면 된다.

수의는 가장 오래 입고 있을 옷이다. 갈아 입지 않는다. 언제 입을지 모르지만 꼭 입어야 할 옷을 100세의 노인께서는 30년 전부터 준비해두고 계셨다. 우리 엄마는 분홍 한복을 입고 싶어셨나 보다.  90을 바라보지만 마음은 18세였을까?  먼저가신 아버지 만나며 예쁘게 보이고 싶어였을까? 분홍 한복을 입으신 모친의 보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내가 오랫동안 입고 있을 옷, 혹은 내가 마지막으로 입을 옷을 선정해 두는 것이 여러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본인에게도…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나의 준비이기도 하다.

*수의: 장수 壽 수, 옷 衣 의.
*애시: 사랑 爱 애, 시집(女思)시. 손아래 시누이를 부르는 호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