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대를 앞섰던 광야의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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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규 목사 시카고한마음 재림교회

홀로 앉아 조용한 휴식을 취하면서 자신을 위해 힘을 쓰며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장소는 어떤 곳이 있을까요? 아마도 화장실 만큼 사적으로 구별된 시간을 보내는 장소도 없을 것입니다. 인간은 일생 동안 1년가량을 화장실에서 보내는데 여자는 약 376일, 남자는 291일 정도의 시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평생 약 3톤 정도의 대변을 배출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은 양을 배출하는 것 같습니다. 배변은 인간의 기본 욕구이고 인간은 배출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화장실 문제가 오늘날과 같이 위생적인 모습을 갖춘 것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유럽 중세기 시대 성(城)의 화장실은 주로 지하 공간이나 성벽에 제비집처럼 튀어나온 곳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화장실은 정사각형 모양이었는데 폭은 1m 정도로 굉장히 작았고 아래쪽으로 구멍을 뚫어 대소변을 누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 오물은 해자로 떨어지거나 성벽에 붙어 그대로 말라버렸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그들의 대소변을 창문으로 내버렸기 때문에 땅은 오물로 질퍽거렸습니다. 여성들은 허리가 잘록하고 풍성하게 퍼진 드레스를 입고 서서 대소변을 보았으며, 남자들은 망토를 두르고 주저앉아 볼일을 보았습니다. 19세기로 접어들면서 산업의 발전으로 인구가 도시로 집중하게 되었지만 런던이나 파리등 대도시에서도 위생적인 화장실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길거리는 인간의 오물로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보슬비가 오는 날이면 악취로 살 수가 없었고 그저 소나기나 장마가 와서 쓸어버리기만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사실 현재 방식의 위생 변기의 사용이 20세기에 와서야 시작된 것을 생각할 때 인간이 대소변을 위생적으로 처리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입니다.

특별히 화장실은 각종 전염병이나 질병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과거 미생물학에 대하여 무지했던 시절에는 그저 냄새나는 오물로만 여겼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분뇨가 티푸스나 콜레라, 이질 같은 각종 전염병의 매개체가 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상식입니다. 화장실의 개선이 건강한 삶에 매우 중대한 문제임을 제기하며 유엔(UN)에서 정한 세계 화장실의 날(World Toilet Day)을 제정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잭 심(Jack Sim)은 “현재 전 세계에서 20초에 한 명씩 화장실의 불결로 죽고 있다. 화장실의 문제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다”라고 외치며 화장실과 건강의 중요성에 대하여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에 보면 하나님께서는 화장실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를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네 진영 밖에 변소를 마련하고 그리로 나가되 네 기구에 작은 삽을 더하여 밖에 나가서 대변을 볼 때에 그것으로 땅을 팔 것이요 몸을 돌려 그 배설물을 덮을지니”(신명기 23:12-13)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친히 화장실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알려 주셨습니다. 200만이 넘는 이 큰 무리가 광야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데 아무곳에서나 배변을 해결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들의 숙영지는 오물과 악취로 가득함은 물론 온갖 전염병으로 큰 곤욕을 치루게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진영이 항상 청결하게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서 배변의 방법을 아주 구체적으로 알려 주셨습니다. 진영 밖으로 나가서 볼일을 본 후 반드시 흙으로 덮으라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가는 성경의 기록입니까? 미생물의 개념이 전혀 없던 그 시대에 하나님은 인간의 분뇨를 진영과 분리 시키고 흙으로 덮게 하심으로 위생적으로 처리하도록 하신 것입니다. 성경의 위생학이 시대를 앞서는 것이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아울러 우리 하나님이 얼마나 자상하신지, 마치, 그 어미가 아이의 배변을 챙기듯이 그분의 백성들에게 배변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 까지 알려 주시는 아버지 하나님. 우리의 배변까지 챙기시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한다면 건강한 삶이 축복으로 주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