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들의 안식에 동참하라

2005

서상규 목사/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담임

 

고대 종교의 신화속에도 신들이 인간을 창조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그들의 인간 창조 이야기를 보면 성경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 줍니다. 무엇에서 다른가? 신들이 인간을 창조한 목적이 달랐습니다. 기원전 750년경 헤시오도스가 기록한 서사시 신들의 계보(Theogony) 560-612행에 그리스 신화의 인간 창조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보면 올림푸스의 신들이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에게 호의를 베풀어 그들을 대신해서 노동할 인간의 창조를 허락합니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는 진흙으로 인간의 형상을 빚어 만들게 됩니다. 흙으로 빚어 사람을 창조했다는 부분은 성경의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인간을 창조한 목적이 무엇이었습니까? 신을 대신하여 노동을 시키기 위해 인간을 창조했다는 것입니다. 그럼 고대 근동의 신화 속 인간 창조 이야기는 어떨까요? 1849년 오스틴 헨리 리야드(Austen Henry Layard) 가 발견한 에누마 엘리쉬(Enuma Elish)의 6번째 토판 중에는 다음과 같은 인간창조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마르둑(Marduk)은 신들의 말을 들었다. 그는 지혜로운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다. 그는 입을 열어 에아(Ea)에게 말했다. 그가 마음에 가진 계획을 그와 상의했다. “제가 핏줄을 묶어서 뼈를 만들 것입니다. 제가 Lullû를 만들 것이고, 그(amelu)의 이름이 사람이 될 것입니다. 제가 사람(Lullû-amelu)을 만들 것입니다. 사람에게 신들의 노역을 감당시키고, 그들로 쉬게 할 것입니다.” 이처럼 각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간 창조의 이야기를 보면 인간을 창조한 신에 대한 설명은 달라도 신의 멍에를 대신 지우기 위해 인간을 창조했다는 그 목적은 매우 유사합니다. 결국 인간은 왕의 모습으로 하강한 신을 위하여 죽기까지 충성하는 운명을 갖고 왕의 명령에 의해 죽도록 일하며 왕을 섬기는 삶을 살아야 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고대 근동 지역의 모든 문명 속 사람의 운명은 그저 노동하는 삶, 쉼 없는 삶을 살아가도록 만들어 졌다는 것입니다.

이런 신화와 사상에 400여년간 젖어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여호와께서는 애굽의 신들과는 전혀 다른 말씀을 주셨습니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음이라”(출20:8-11) 이것은 정말 놀라운 말씀이었습니다. 그들이 이전까지 살았던 애굽이라는 곳에서 모든 인간은 그들을 창조한 신들을 위하여 평생을 죽도록 일해야 했는데 그들을 그 애굽에서 인도하신 여호와는 제칠일 안식일에는 모든 일을 멈추고 쉬라고 명령을 주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안식일에 쉬라고 하는 근거가 무엇입니까? “내가 세상을 창조하고 일곱째 날에 쉬었으니 너도 나와 같이 쉬자. 나와 같이 이 안식일을 누리자”라고 하십니다. 여호와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평생 경험하고 섬겨왔던 애굽의 신들과는 전혀 다른 분이셨습니다. 여호와는 그가 창조한 인간들에게 쉼과 안식을 허락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고된 군생활이지만 하루 일과가 마쳐지면 저녁식사 후 부터 취짐 전까지 개인정비 및 휴식 시간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훈련하고 작업하며 힘들었던 몸을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그런데 그 휴식 시간에 쉬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두가 TV 앞에 앉아서 즐거운 시간은 보내지만 신병은 TV에 가까이 가서 앉을 수도 없습니다. 시선은 전방으로 고정하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팔을 무릎에 부치고 꼼짝도 못합니다. TV에서 아무리 재미있는 소리가 들려도 웃을 수도 없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저녁 점오 시간이 되기 전에 침상을 닦고, 바닥을 쓸고, 고참들의 전투화를 닦고, 관물대까지 깨끗하게 정리를 해 주어야 합니다. 군대의 저녁 휴식 시간은 고참에게는 꿀같은 시간이지만 신병에게는 결코 쉴 수 없는 고역의 시간인 것입니다. 이처럼 고대 근동에서는 특정 신과 왕 같은 특수한 신분에 있는 자들만이 안식할 수 있었습니다. 노예들은 그들의 안식을 위해서 절대로, 결코 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호와는 모세를 통하여 그렇지 않다고 말씀합니다. 신이나 왕만이 누릴 수 있었던 그 안식이 이제 모든 백성의 것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여호와를 쉬게 하기 위한 노동하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그분의 안식을 같이 누리는 존재로서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 그래서 안식일은 여호와의 안식에 동참하는 것이고 여호와의 창조와 완성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