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이로니컬(Ironical)’한 속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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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권 목사/크로스포인트교회 담임

결혼을 빙자해 여러 명의 여성들에게서 수십억 원을 가로챈 가족 사기단 사건이 작년에 한국에서 있었습니다. 조직폭력배인 박씨(30)는 자신을 의사, 사업가라며 직업, 나이, 재산 등을 속여 A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A씨 부모에게 수억 원의 혼수 비용을 요구했고, 사업  등을 빌미로 총 13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가로 챘습니다. 피해자 A씨를 비롯한 6명의 여성들은 이 같은 박씨의 수법에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을 뜯겼다고 했습니다.  이들 가족사기단은 아버지 김씨(46), 어머니 김모(50) 등이 짜고 계모임 등을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한 후 아버지 김씨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뜯은 돈이 무려 18억 원, 그들은 그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다 붙잡혀 중형을 선고 받았다는 몹쓸 사람들의 찝찝한 범죄 이야기입니다. 

성경에도 가족들이 벌이는 사기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바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가정에서 대를 이어 일어나는 사건인데, 요즘으로 하면 ‘슈퍼 뉴스’가 될 법 합니다.  아브라함의 아들이삭과 리브가 부부는 늦게까지 아이를 갖지 못하다가 간절한 기도로 잉태한 후 태속에서 부터 서로 싸우는 희한한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는데, 해산때에도 먼저 나온 형은 붉고 몸에 털이 많았고, 발꿈치를 잡고 뒤따라 나온 동생은 ‘핸섬’했습니다.  자라면서도 털보인 형은 익숙한 사냥꾼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고, 늘 텐트에 머물던 ‘마마보이’ 동생은 어머니의 편애(favor)를 받았습니다.

가족사기 사건의 제1막은 죽음이 가까워 오는 이삭이 맏아들에서를 불러 빨리 들에 나가 짐승을 사냥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를 만들어 오면 그것을 먹고 하나님께서 장자에게 주시는 모든 축복을 빌어 주겠다고 비밀리에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했습니다.  텐트 밖에서 이들의 대화를 엿듣고 미소를 머금는 리브가에게 곧 바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에서가 사냥도구를 메고 휘파람을 불며 쏜살같이 들로 나간 후, 다급하게 야곱을 불러 집에서 기르는 염소를 잡아오게 하여 이삭이 좋아하는 요리를 만들고, 에서가 도착하기 전에 아버지의 모든 축복을 가로 챌 것을 공모하는 리브가와 야곱 -.  형의 옷을 흠처입고, 염소 가죽을 몸에 감고, 어머니가 만들어 준 요리를 들고, 형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죽음이 가까운 아버지를 감쪽같이 속이고 축복을 가로 챘습니다.

가족 사기극의 제 2막은 어머니와 짜고 형을 속인 야곱에게서 일어났습니다. 야곱은 열 두 아들 중에 요셉을 지나치게 편애하자, 다른 형제들의 시기와 미움이 극에 달했고, 언젠가 그를 죽여 없애려는 기회를 찾기에 이르렀습니다.  형들의 안부를 알아보라는 아버지 심부름으로 들에 나온 요셉, 살려 달라 애걸하는 그를 붙잡아 빈 우물에 빠뜨렸다가, 다시 꺼내 애굽 장사꾼에게 팔아치우고 옷을 벗겨 염소의 피를 발라 아버지 야곱에게로 가져갔습니다. 짐승이 잡아먹은 요셉의 옷을 들에서 발견했노라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아들들에 속아 슬퍼하는 야곱.  자신이 아버지를 속인 똑 같은 방법으로 자기 아들들에게 속아 슬퍼하는 야곱의 모습이 ‘아이로니컬(ironical)’ 합니다.

가족 사기단이 아브라함과 그 가족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탄이 우리 속에 간교하게 숨겨놓은 죄의 본성은 누구든지 사기단원이 될 수 있는 무서운 잠재력이 있으며, 다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만이 이를 이기는 능력이 있다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