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테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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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바울은 그리스 아테네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은 로마에 종속된 이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점차 쇠락해가는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배출한 곳답게, 교육과 철학 분야에서는 여전히 명성이 자자한 도시였습니다. 또한 헬라 종교의 중심지인 아테네는 신전으로 가득했습니다. 인간 이성과 우상들이 지배하고 있는 도시에 바울 홀로 들어선 겁니다.

도시의 영적 형편을 둘러보는 중 바울의 마음은 안타까움과 아픔으로 가득해졌습니다. 아테네 전체가 지금 사망이라는 낭떨어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그는 즉시 회당에서 거리에서 매일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논쟁했습니다. 아테네 사람들은 그런 바울을 말장이라고 불렀습니다. 말장이란 여기저기서 얻어 들은 하찮은 정보들로 만든 허접한 사상을 시도 때도 없이 떠들어대는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입니다. 몇백년에 걸쳐 발전시켜온 자기들 철학과 비교할 때, 바울의 복음, 즉 예수라는 인물의 부활 이야기는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바울의 메씨지를 쓰레기라고 판단했으면 무시해버리면 그만인데, 바울을 아레오바고로 데려간 갑니다. 아레오바고는 아테네의 의결 기관 중 하나입니다. 허접한 이야기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들어보겠다는 겁니다. 논리를 좋아하는 아테네인들의 행동이 전혀 논리적이질 않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바울과 항상 동행하시는 성령님께서 역사하신 겁니다. 복음을 전하는 바울의 태도를 통해 아테네인들의 마음을 움직이신 겁니다. 자기들을 진짜 불쌍히 여기는 눈빛, 복음을 듣고 믿지 않으면 정말로 큰 일이 날 것처럼 안타까워하는 몸짓과 간절한 목소리, 도착한 날부터 매일 매순간 잠시도 쉬지 않고 똑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아주 특별한 열심…바울의 이런 진지하고 진실한 태도가 아테네인들의 마음에 궁금증을 일으킨 겁니다. 죽은 자의 부활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저 메시지가 도대체 뭐길래 저렇게 열심히 전하는 걸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바울을 데리고 아레오바고로 데려간 겁니다. 복음을 전하는 태도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오래 전 남편을 암으로 먼저 보낸 한 간호사의 간증을 들었습니다. 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퇴원 수속을 밟고 남편을 데리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남편이 이런 말을 하더랍니다. “여보, 나 천국 가는 것 알지. 그러니까 슬퍼하지마. 그런데 막상 이 땅을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함께 입원해 있던 병실 사람들이 자꾸 생각나네. 아직 주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눈에 자꾸 밟혀. 그래서 말인데, 내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병원에 가서 복음을 전하고 싶은데 나 좀 도와줄 수 있겠어.” 남편의 마지막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첫날 복음을 전하는데 다들 표정이 굳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에서 “그렇게 믿는 하나님이 널 왜 그렇게 만들었다니.” 하는 생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도 힘들고 남편에게도 상처가 될 것 같아서 그만두자고 했지만 남편은 평안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그 사람들 마음 다 이해해. 그래서 더 그들이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어.” 남편의 바람대로 매일 병원에 가서 복음을 전했지만 환자들의 반응은 별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상태가 아주 악화되어서 더 이상 병원을 찾을 수 없을 것같던 날이었습니다. 온 힘을 다해 복음을 전한 남편과 함께 병원 문을 막 나서려는데, 한 환자가 뛰어와서 남편 손을 꼭 잡고 말했습니다. “당신이 전한 예수님을 내가 믿겠습니다. 죽음을 앞두고도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당신을 보니 천국이 진짜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나도 예수님을 믿을테니, 우리 천국에서 봅시다. 그리고 당신이 전하던 복음을 이제 내가 이어서 전할테니 걱정말아요.”

진실하게 전심을 다해 전하는 복음은 반드시 열매를 낳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