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적 안전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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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성경에는 믿음의 영웅이라고 부를 만한 인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도 다 실패의 이력이 있습니다. 그 실패의 이력들을 통해 믿음의 영웅들까지도 쓰러뜨린 강력한 독소들을 찾아봅니다.

첫번째 독소는 “자기 마음대로” 입니다. 옥에 갇힌 침례 요한은 예수님의 소식을 전해 듣고, 예수님이 진짜 메시아인지 의심합니다. 요한이 생각하는 메시아는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고, 하나님의 공의로 직접 통치하는 정치적 왕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주님의 사역은 자신의 생각과 전혀 다른 겁니다. 그래서 제자들을 주님께 보내 예수님이 메시아 맞느냐고 물었던 겁니다. 요한이 의심이라는 덫에 걸려 넘어진 이유는 자기 생각과 자기 판단에 묶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독소는 교만입니다. 다윗은 믿음의 영웅입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을 ‘내 마음에 합한 자’라고 칭찬해 주셨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다윗이 말년에 인구 조사를 명령합니다. 다윗은 이스라엘을 성처럼 보호하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 다윗이 자기가 양성한 군사력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보고 싶어진 겁니다. 하나님 보다 자기 군대를 더 믿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의 이스라엘을 자기가 세웠다는 교만에 사로잡히고 만 겁니다.

분노도 아주 무서운 독소입니다. 민수기 20장은 가데스에서 일어난 물 사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물 없이 지내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에게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그러자 모세가 백성들과 다툽니다. 모세도 40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는 백성들에게 화가 났던 모양입니다. 그러다 모세는 성막으로 가서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하나님은 반석을 향해 물을 내라고 명령하면 된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런데 백성 앞에서 한  모세의 행동이 이상합니다. 백성들을 말을 듣지 않는 자들이라고 몰아 부치고, 우리가 이 반석에서 물을 내야 우리 말을 듣겠느냐고 반문합니다. 그런 후 마치 자신이 반석에서 물을 내는 것처럼 지팡이를 휘둘러 반석을 두 번 내리칩니다. 모세는 백성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겁니다. 하나님께선 모세의 행위에 진노하셨고, 그 결과 모세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모세의 리더십은 온유에 기초했습니다. 그런 모세도 분노에 걸려 넘어지고 만 겁니다. 분노는 하나님을 향한 경외심도 잊게 만드는 아주 무서운 독소인 겁니다.

우상 역시 강력한 독소입니다. 솔로몬은 하나님을 두 번이나 만난 믿음의 영웅입니다. 그런데 그는 하나님 보다 이방 여인을 더 사랑하고 맙니다. 너무 사랑해서 이방 여인들이 자기 나라의 우상을 가지고 들어와 하나님의 나라에서 섬기는 걸 그냥 방치합니다. 이방 여인이라는 우상에 푹 빠지고 만 솔로몬은 십계명의 가장 탑에 있는 두 계명, 나 외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 우상을 만들어 섬기지 말라는 계명들을 범하고 만 겁니다. 우상은 마약처럼 영성을 마비시킵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독소는 두려움입니다. 베드로는 부활의 주님을 만나고 성령 체험을 한 후 믿음의 영웅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그후에도 그는 실패를 경험합니다. 이방인들이 중심이 되어 세워진 안디옥 교회를 방문할 때였습니다. 이방인 출신 성도들과 식사하며 교제를 나누고 있던 중, 예루살렘 교회에서 온 유대인 출신 성도들이 도착합니다. 그러자 베드로가 갑자기 먹던 자리에서 일어나 피해버린 겁니다. 이 모습을 본 바울은 베드로를 외식하는 자라고 질책합니다. 베드로의 행동에 상처받았을지도 모르는 안디옥 교회 성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던 겁니다. 바울은 베드로의 행동을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예루살렘 교회에서 온 유대인 출신 성도들이 베드로가 이방인 출신 성도들과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무슨 소문을 낼지가 두려웠던 겁니다. 예루살렘 교회에는 아직도 율법을 중요하게 여기는 유대인 출신 교인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은 이처럼 베드로 같은 믿음의 용사도 넘어뜨릴 정도로 강한 힘을 갖고 있는 겁니다.

믿음의 영웅들의 실패 이력은 우리들에게 안전 표지판 역할을 합니다. 교통 표지판을 보고 운전을 조심하듯, 이 영적 안전 표지판들을 통해 우리의 인생 운전을 주님 뜻대로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