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예수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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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용 목사 (기쁨의교회 담임/시카고)

 

이 땅에 순수한 감사가 있을 수 있을까? 그래도 나름 깨끗하고 순수한 감사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고 김수환 추기경도 실제 그런 감사를 하지 못한 분 중에 한 사람이다. 90년대 군부독재가 무너지고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많은 고위공직자들이 과거 정부 때의 부정부패로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부정을 저질렀던 공직자들 가운데 성당을 지을 때 인허가를 잘 받아주고 큰 헌금을 한 사람들을 위해 천주교회가 탄원서를 만들고 감옥에 직접 찾아가 용서와 회복의 미사를 직접 집례하도록 한 사람이 김수환 추기경이었다. 불법으로 착취해서 모은 재산으로 헌금하는 것에 대해서 성직자가 감사를 표현했다면, 그것은 여전히 타락한 중세교회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순수한 감사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영적 이상을 향해 가야 하는 그리스도인이다. 따라서 반드시 무엇보다도 깨끗하고 순결한 감사의 삶을 추구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삶 가운데 순수한 감사를 보여주었다. 바울은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았으니 그 안에서 행하되 그 안에 뿌리를 박으며 세움을 받아 교훈을 받은대로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골2:6-7)고 고백한다. 곧 예수의 감사를 좇아가는 것이 우리 신앙과 믿음의 바른 뿌리를 내리는 것임을 증거하는 말씀이다. 그렇다면 예수의 감사는 무엇이었는가?

먼저 예수는 하나님께 감사하였다. 마태복음 6장에 예수는 오병이어로 5000명을 먹인다. 그 때 예수가 가장 먼저 한 것은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이었다. 당연한 것 같지만, 생각 외로 우리는 그런 삶을 살지 못할 때가 많다. 모든 것은 하나님이 이뤄주신 것인데, 우리는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때가 많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해서 예수는 우리에게 순수한 감사를 가르친다. 어떤 조건과 상황일지라도 하나님께 감사하라는 것이다. 5000명이 앞에 있는데 오병이어가 있다면, 우리는 기적과 능력을 달라고 기도할 것이다. 그러나 예수는 기적과 능력 대신에 감사와 찬양의 기도를 하나님께 했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순수한 감사의 신앙이다.

또한 예수는 사람들에게 감사했다. 요한복음 13장에 보면,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의식을 행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예수를 팔고자 마음을 먹고 있던 가롯유다도 있었고, 곧 예수를 3번 부인할 베드로도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제자들도 예수의 십자가 앞에서 도망치고 두려워할 자들이었다. 예수는 그 미래를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그들의 발을 씻겨 주었다. 성경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마지막 의식처럼 행한 그 자리에서 아마도 예수는 “3년동안 함께 해 주어서 고맙구나”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이처럼 예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분이었다. 마태복음 7장 12절에는 남에게 대접받고 싶다면, 먼저 남을 대접하라고 기록되어 있다. 감사의 신앙에 적용해 보라. 감사의 말을 많이 듣기 원한다면, 먼저 감사를 표현하고 감사할 일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만들어야 한다. 바로 예수는 감사의 황금율을 몸소 지켜내신 분이다.

마지막으로 예수는 자연에 감사하는 삶을 살았다. 물과 공기, 땅과 나무에 감사하는가? 당연히 있는 것이니,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몇 분만 공기를 마시지 않으며 죽고, 며칠동안 물을 먹지 않으면 병에 걸린다. 나무가 없다면 … 좋은 땅이 없다면 … 그 때가 되서야 비로소 인간은 자연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깨닫게 된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를 설명할 때마다 자연의 것들을 예화로 들었다. 항상 자연물과 가까이 했고 그 가운데 복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수가 마지막 숨을 거둘 때 유일하게 의지하고 도움을 받았던 것은 천주교에서 성스럽게 추앙하는 어머니 마리아나 그의 제자들, 주변의 지지자들과 같은 인간들이 아닌, 예수와 함께 외롭게 서 있던 나무 십자가였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예수는 자연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

예수의 감사는 우리의 감사 신앙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 땅에 어느 누구도 순수한 감사를 하지 못한다. 오직 예수를 통해 감사 신앙의 뿌리를 내려 더욱 풍성한 하나님의 은혜로 나아갈 때에 참된 감사가 이뤄질 것이다. 그런 감사로 남은 2017년을 채워가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