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웃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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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선한 이웃 교회 담임/미육군 군목)

 

미국에 살고있는 동포들도 지난 17일간 고국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에 지칠줄 모르는 성원을 보매며, 감동의 순간들을 이곳에서도 함께하였습니다. 별로 알지도 그리고 보지도 못했던 여러 빙상경기들에 참가한 우리 선수들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함께 손에 땀을 쥐며 응원하기도하고, 새로운 분야의 스포츠에 도전한 멋진 젊은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동안 동계스포츠의 환경이 열약해서 어떤 스노보드선수는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시작하기도 했고, 정식 썰매트랙이 없어 아스팔트 도로위에서 썰매를 타기도 했다합니다. 볼모지나 다름없는 분야를 개척하며, 그들이 부딪혀야했을 수많은 도전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됩니다. 환경뿐만이 아니라 지루하고 긴 훈련과정을 거치며 자신속에 밀려오는 실망감과 의구심을 극복하는 자신과의 싸움은 무엇보다도 힘든 도전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끝까지 잘 싸워준 자랑스런 모든 선수들을 향해 큰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것은 운동 경주와도 같고, 순례길을 나선 긴 여정과도 같습니다.  이같은 믿음의 길을 걸었던 신앙의 한 개척자로 성경은 아브라함을 소개합니다. 그는 믿음으로 그의 부모와 친척, 그리고 고향땅을 떠나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곳을 향해 그 믿음의 여정을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이 믿음의 개척자에게도 우리와 동일한 연약함과 의심, 그리고 실패가 있었음을 보게됩니다. 생명까지 불안했던 이집트땅에선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아내조차 누이로 속이는 비겁함을 보였습니다. “하늘의 뭇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자식의 복을 주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믿어지지 않아, 자신의 종을 아내삼아 아들을 낳기도 했습니다. 하나님은 인생의 말년인 그의 나이 99세에 그앞에 나타나셔서  다시 한번 약속을 상기시킵니다: “보라 내 언약이 너와함께 있으니 …내가 네게서 민족들이 나게하며 왕들이 네게로부터 나오리라” (창17:4,6). 그런데 이 약속을 듣는 아브라함의 태도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성경은 기록하길 그가 하나님앞에 얼굴을 땅에 묻고, 엎드린채로 웃었다고합니다. 그가  보인 태도는 외형적으론 순종적인 모습이나, 그의 맘속은 하나님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같은 아브라함에게 아마도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고 싶지 않았을까요? “웃지마라!”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며, 약속에 신실한 하나님됨을 아직도 깨닫질 못했느냐?” 우리도 인생을 살며 삶이 가져다주는 도전과 그 무게에 눌려 어떤 희망이나 약속도 귓전에만 들릴뿐, 가슴으로 와닿지 않을 때가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그것은 마치 죽은 오라비, 나사로를 잃고 슬픔에 빠졌던 마리아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네가 이것을 믿느냐?”는 예수님의 말씀에도 그것을 귓전으로만 들을 뿐, 가슴으론 여전히 이 약속을 받아들일 수없었던 모습과도 같습니다. 이렇듯 99세의 인생을 달려온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시고자 한 하나님의 뜻은 무엇였을까요? 그것은 “내가 네 생애의 끝날까지 함께할 것이라”, 그리고 “막지막까지 이 믿음의 여정을 잘 끝마치라”는 주님의 약속였던 것입니다.

지난주 빌리 그래함이 99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의 전도사역인 “빌리그래함 크루세이드”는 새로운 개척자의 길이었습니다. 그는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엄청난 전도사역을 감당했습니다. 전세계를 돌며, 이념과 종족, 그리고 문화를 넘어 예수의 복음을 증거한 전도자였습니다. 미 전직 대통령의 한분인 부시(George H.W. Bush)는 그를 가르켜 “모든 미국인의 목자”였다고 존경을 표했습니다. 그가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는 거실 의자에 앉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방송으로 전하는 전도자가 되었습니다. 개척자의 여정이란 출발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마지막 레이스를 끝마치는가는 더욱 중요합니다. 올림픽선수들이 결승선에 들어오기까지 스케이트를 신은 자신의 발을 힘차게 내어 뻗치듯, 신앙의 여정도 오메가 포인트에 다다르기까지 인생의 많은 시험과 도전앞에서도 신실한 하나님을 바라보며 흐트러짐없이 끝까지 달려가는 것이라 믿습니다.(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