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로운 오른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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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해 목사(아가페장로교회 시무)

 

살다 보면 사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자식도, 건강도, 사업도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인간은 한계 앞에 연약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사야 선지자는 사람을 버러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렁이 같은 버러지는 사자는 커녕 작은 아이 앞에서도 힘을 쓰지 못합니다. 밟으면 죽을 뿐입니다. 이렇게 연약한 인간이지만 누군가 강한 손길로 도와주시면 두려움 없이 살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사야 선지자는 말합니다.

“버러지 같은 너 야곱아, 너희 이스라엘 사람들아 두려워하지 말라. 나 여호와가 말하노니 내가 너를 도울 것이라. 네 구속자는 이스라엘의 거룩한 이이니라.” (사 41:14)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의로우신 오른손으로 우리를 붙들어 주시고 도와주시면 연약한 우리는 강한 용사로 변화되게 됩니다. 버러지 같은 성도가 변하여 새 타작기가 되는데 이 기계는 이가 날카로워서 큰 산을 부스러기로 만들고, 작은 산들은 겨같이 잘게 부숴 버리는 엄청난 힘을 자랑하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도시에서 자란 저는 타작기계는 별로 볼 기회가 없었지만 가로수 나무를 쳐서 가루로 만드는 나무 분쇄기를 종종 보았습니다. 다리 굵기의 나뭇가지가 기계에 들어가는 순간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트럭으로 날아 들어가는데 나무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대적이 아무리 거대하다고 해도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도우시면 새 타작기처럼 엄청난 승리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이수민 장로님은 1945년에 충남 예산에서 태어났습니다. 한남대학교를 4년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하였습니다. 34살에 고려대학교에서 화학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남대학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하여 35살에 학과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36살이 되었을 때에는 한국의 젊은 과학도 열 명을 선발하여 1년간 국비장학생으로 미국 대학에 파견하여 연구시키는 프로그램에 뽑혔습니다. 참 잘 나가는 인생이었습니다. 아내와 아이 둘과 함께 미국비자를 신청하면서 멋진 미국생활을 기대하고 있던 어느 날 눈이 침침하여 병원에 갔더니 녹내장 말기라고 하였습니다. 너무 심각하여 수술도 불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서울의 큰 대학병원에 갔지만 같은 결과였습니다. 희미한 눈으로 국비연구원으로 보스턴에 와서 가장 유명하다는 안과의사를 찾아갔지만 수술을 해도 치료될 확률은 0.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간절히 기도로 매달리면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믿음으로 성공을 기대하면서 붕대를 풀었는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안에서도 넘어지고 부딪치고, 작은 것까지 가족들에게 일일이 부탁해야 하다 보니 점점 우울증 증세가 심해졌습니다. 차라리 조용히 죽어서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고 싶어졌습니다. 때마침 출석하던 보스턴의 노셈튼 한인장로교회 성도들이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을 같이 가자고 하였습니다. 이왕 자살할 것 거대한 나이아가라에서 떨어져 죽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동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아내와 마지막 밤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이 때 주님께서 빛과 큰 소리로 찾아오셨는데 그 소리는 이사야  41장10절의 말씀이었습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분명히 살아계신 하나님의 존재를 잠깐 의심했던 것을 회개하는 순간 다시 음성이 들렸습니다. “내가 너를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느냐? 수민아, 여기서 넘어져선 안 된다. 나를 의지하고 힘차게 일어나 보려무나.”

주님과 뜨겁게 만난 이후 삶이 달라졌습니다. 1년 후 강단에 다시 복귀하였지만 보이지 않는 눈은 큰 장애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눈을 잃게 하셨지만 대신 비상한 암기력을 주셔서 웬만한 강의안은 두 번 정도 읽으면 그대로 입력이 되었습니다. ‘내가 너를 도와주겠다’고 하셨던 주님은 암기력으로 도와 주셨습니다. 결국 한남대학에서 39년간의 교수생활을 끝내는 정년퇴임예배를 감사하며 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수민 장로님은 잘 나가던 시절보다 시력을 잃은 후의 시간들이 주님과 더욱 가깝고 더욱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나의 모습은 비록 버러지 같이 연약하고 볼 품 없다고 하여도 하나님의 오른손으로 붙들어 주시면 새로운 피조물로 승리할 수 있습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보라 내가 너로 이가 날카로운 새 타작기로 삼으리니 네가 산들을 쳐서 부스러기를 만들 것이며 작은 산들을 겨 같이 만들 것이라.” 이사야 41장의 말씀입니다. (10,15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