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인이 귀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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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용 목사 시카고 기쁨의 교회

최근 한국은 인구절벽시대에 다다르고 있다. 출생률이 점점 떨어져 가고 인구분포도는 피라미드 형태에서 럭비공 또는 항아리 형태로 바뀌고 있다. 몇 주 전, 한국 신문에서는 초등교사 임용의 숫자를 대폭 감축하게 되어서 큰 혼란을 주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학생이 없어서 선생을 더 뽑을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구절벽시대에 사람이 줄어드는 것 이상으로 더 큰 문제는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와 지도자들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지도자와 리더가 더욱 많이 배출되어야 하는데, 인구절벽의 상황은 리더와 지도력을 가진 의인을 귀하게 만들고 있다.

성경 이사야 3장을 보면, 하나님 앞에 타락한 유다 백성들이 하나님의 사람 대신에 세상의 용사와 전사, 자기 배를 채우는 재판관과 복술자, 장로, 모사, 요술자 등등을 리더와 지도자로 세우고 있다고 증거한다. 그런데 이사야 선지자는 이런 상황을 이렇게 정리한다. “소년들이 고관이 되고 아이들이 그들을 다스리게 된다.”(이사야 3:4) 참된 리더와 지도자가 없는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성숙하지 않고 충분하지 않은 소년과 아이가 지도력을 가진 의인처럼 세워지는 시대를 충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지적은 점점 우리에게 향하고 있다.

정치와 경제 분야는 물론이고 사회와 문화의 영역에서도 어른이 사라지고 리더가 없어져 가고 있다. 곳곳에서 수많은 지도자들이 나타났던 중국 역사의 춘추전국시대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미안할 정도로 지도력 있는 의인이 귀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오는 곳은 교회이다. 교인이 줄어드는 상황과 더불어 교회는 신앙의 어른을 찾아보기 어렵고, 영적 능력을 가진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사야의 말대로 나이는 성인이지만 성품은 소년이나 아이와 같은 미성숙한 지도자들이 교회 곳곳에 세워져 신앙공동체를 어지럽히고 믿음의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이민교회의 어려움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제대로 된 지도자를 세우지 못하는 것이고, 동시에 바른 의인을 키우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리더가 없고 지도력 있는 의인이 귀해 찾을 수 없다고 한탄을 하기 전에 좋은 영적 리더와 지도자를 세우고 키우고자 노력해야 한다.

예수는 12제자를 키웠고, 바울은 수많은 교회지도자들을 세웠다. 처음부터 훌륭한 리더와 지도자는 없다. 어느 곳에선가는 시행착오와 훈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교회는 권투 시합의 링이 아니다. 권투 선수가 고된 훈련을 하여 사각의 링 위에서 마지막 12라운드까지 이겨내고, 끝내는 승리를 얻어낼 수 있도록 만드는 훈련장이 되어야 한다. 본 경기를 하는 링은 세상이 되어야지, 교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자꾸 교회는 본 게임의 필드가 되고자 한다. 그러면 교회는 이사야의 충고대로 미성숙한 소년이나 아이를 리더와 지도자로 세우는 잘못을 범하게 되는 것이다.

의인이 귀해지는 시대는 분명하고 리더가 점점 사라지는 것 또한 자명한다. 그러나 없다고 실망하고 좌절만 한다고 절대 새로운 리더가 백마를 타고 나타나지 않는다. 없다면 키워야 한다. 사라지고 있다면 함께 세워가야 한다. 교회가 여전히 소망이 있는 곳이라면, 그 이유는 리더와 지도자가 많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을 키워내고 세워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곳이기 때문이다. 몇몇의 나라들과 회사들이 새로운 지도자와 리더를 세운 후, 다양한 변화를 겪는 모습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사람 하나가 바뀌었는데, 나라와 회사, 공동체가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리더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교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훌륭한 영적 지도자가 혜성처럼 등장하기 어려운 이 시대에 이제는 지도자를 키우고 모두가 함께 리더를 세우는 영적 역량을 갖추는 교회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의인이 참으로 귀한 시대이다. 그러나 그 모든 의인은 모두 소년이었고 죄인이었으며 미천한 자에서 출발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