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런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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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형 은퇴목사

오래전 어느 목사가 문제 없는 교회를 하나 소개하여 달라고 한다.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나는 그에게 그런 교회가 하나 있다고 하니 크게 관심을 보인다. 그것은 오직 천국에 있지! 하자 실망을 하는 것 같다. 사실 문제 투성이 사람이기에 이런 사람을 위하여 교회와 목회자가 있다. 주께서 바로 문제의 인간 가운데 오시고 이들을 위하여 교회를 세워셨다. 이런 교회에서 40년간 사역을 하고 마지막 8개월 안식년을 가진 후 은퇴식을 하기로 했으니 사실상 은퇴를 한 것이다. 40년! 충분히 일했으니 이제는 쉬고 편히 지나자!  원하던 여행을 하며 친구를 만나고 여기 저기를 찾으니 참으로 자유롭고 편한 시간이다. 한 달이 되던 밤 옆구리가 아파 온다. 의사와 통화한 후 12시간을 운전하여 돌아와 의사를 만나니 슁글(대상포진)이라 한다. 약이 없기에 아플만큼 아파야 한단다. 이런 병도 있나? 하지만 도리가 없다. 한 달 동안 앉으나 누우나 계속 통증으로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다. 그렇게 아픈 것은 처음이다.

주님, 어떻게 된겁니까? 물으니 대답이 들려온다. 40년 사역했으니 이제 편안하게 쉬자고? 나와 한 약속을 기억하나? 잊고 있던 43년 전의 일을 생각나게 하신다. 대학을 졸업하며 당시 죽을 병에 걸렸다. 죽음을 안고 멀리 바닷가의 요양 병원을 찾아가니 저녁이라 하루밤을 여인숙에서 지나다. 희망이나 내일이 없고 삶의 의욕이나 죽을 힘도 없다. 하나님 앞에 앉아 예배하는데 주께서 말씀을 주신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여호와의 행사를 선포하리로다 그가 나를 심히 경책하셨어도 죽음에는 붙이지 않으셨도다(시118:17,18). 믿어지지 않으나 그것은 주의 말씀이다. 죽으려고 왔는데 죽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왜 이런? 또 살아서 어떻게? 여호와의 훈련이라 그의 행사를 선포하라 하신다. 믿음의 눈이 열리며 희망과 기쁨 감사가 속에서 올라온다. 삶의 이유와 사명이 확실해진다. 슁글의 통증 속에서 이를 기억하고는 주님, 일을 하라시면 순종하겠습니다! 응답할 수 밖에 없다.

바로 노회에서 전화가 오고 주일 설교 요청을 받은 곳이 미네소타 교회다. 금요일 저녁 어느 장로 댁에서 10여명이 모여 정말 배꼽을 잡고 웃는다는 말 그대로였다. 목사 장로가 모여 그렇게 웃을 수도 있나? 농학(조오크)대학 학장이라는 장로가 있어 모두가 입만 열면 웃음이다. 몸의 통증이 사라지고 있다. 주일 강단에서 보니 앉아 있는 400명 회중이 목자 없는 양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가슴이 아프다. 예배 후 당회원과 노회대표 모임에서의 6개월 전환기 목회 초청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나?

석 달 동안 년말과 새해를 준비하자 당회가 나에게 몸이 불편한데도 수고하였으니 휴가를 다녀오라 한다. 정해진 사역기간에 무슨 휴가는요? 사양하니 1월 당회에서 비행기표를 건네주며 플로리다에서 쉬고 오라 한다.

교회에서 얻어준 아파트가 골프장 바로 옆이다. 아내가 뉴욕에서 걸어보고 싶어하던 골프장을 아침 저녁 걷는다. 아파트 전망은 좋지만 북향이라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겨울에 음산한 것을 장로들이 보고 갔다. 브라질 상파울로 교회집회를 부부가 다녀오니 그 사이 정남향 아파트로 모든 것을 옮겨두었다. 두 번 더 이런 교회의 전환기 목회로 전체 5년 정도 사랑을 나누었으니 나는 얼마나 복 받은 목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