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생의 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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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 (선한 이웃 교회 담임/ 미 육군 군목)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28

고등학생인 막내 아들의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요즈음 한참 함께 그의 운전연습을 돕고 있습니다. 부모와 함께 50시간의 운전연습을 채워야 라이센스 시험을 치를 수 있다고 합니다. 인근에 텅 빈 대학교의 파킹장에서 운전연습을 하면서 아들과 아버지의 특별한 시간을 갖게 됩니다. 한마디로 “참,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은 자녀들에게 운전을 가르치면서 경험하게 되는 공통된 마음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러가지로 맘에 들지 않아 버럭 화를 내기도 하지만, 이제 차근 차근 배워나가야할 아들의 운전태도를 위해 꾹 참고 인내하면서 아버지가 가졌던 모든 경험을 쏟아부어 아들을 위해 자상하게 가르치게 됩니다. 운전교육을 위해 아들과 함께 붙잡은 운전대앞에서 성경의 말씀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길,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라”는 말씀입니다. 주의 멍에를 함께 메고 그에게서 배우라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수고하고 무거운 인생의 멍에를 지고가는 모든 이들을 위해 영혼의 쉼을 주고자하신 예수님의 초청입니다.

당시 농부들은 밭을 가는 소에게 멍에를 지울 때, 둘 씩 짝을 지어 멍에를 메고 쟁기를 끌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 때 한 쪽의 소는 경험이 많고 건강하고 농사일에 아주 능숙한 숙련된 소와 함께 아직 쟁기를 끌어본 경험이 없는 어리고 미숙한 소를 짝으로하여 함께 멍에를 메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같이 하여 어린 소는 함께 멍에를 멘 힘센 황소옆에서 줄곧 따라다니며 멍에를 끄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힘겨운 인생의 멍에를 지고 어찌할 바 모르는 마치 어린 소와 같은 우리들에게 주님은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럼으로 낯설고 당황스러운 인생의 여러 도전들 앞에서도 주님과 함께 메고가는 인생의 멍에는 오히려 두려움을 내려놓고 당당히 영혼에 평안과 안식을 얻게 합니다. 마치 시편의 신앙인처럼, 비록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걷는 인생의 어두움의 순간에도 나의 어깨를 붙잡고 함께 그 멍에를 메고가시는 주님으로 인해 맘의 평화를 잃지 않습니다. 세상을 이기신 주님과 함께 지고가는 인생의 어떠한 멍에도 그것은 번민과 절망의 무거운 짐이 아닌, “쉽고” “가벼운”운 삶의 멍에일 뿐입니다.

주님과 함께 메는 멍에는 “쉽고” 그 짐은 “가볍다”는 약속의 말씀속엔 아름다운 뜻이 숨겨져 있습니다. 바로 “쉽다”는 말인 헬라어의 “chrestos”는 말은 “well-fitting”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마치 나를 위해 특별히 주문하여 제작된 옷처럼, 나에게 꼭 맞고 적합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주님과 함께 지고가는 우리 인생의 멍에는 내가 지기에 그 모양과 싸이즈와 무게에 있어 나에게 가장 적합하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우리를 너무나 잘 아시는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리의 심장과 폐부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우리의 형질이 어머니의 뱃속에 생겨나기 이전부터 우리를 아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기에 인생을 살아가며 우리가 남을 흉내낼 필요도, 부러워할 필요도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마치 다윗이 자신에게 전혀 맞지 않는 사울왕의 옷을 입고 우스꽝스럽게 걸어다녔던 모습과도 같은 것입니다. 다윗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은 하나님과 함께 동행하며 입고있던 물맷돌을 든 목동의 옷이었습니다. 이렇듯 주님과 함께 지고자 하는 인생의 멍에는 쉽고 그 짐은 가벼운 법입니다. 여기에서 우리 영혼의 쉼이 찾아 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 운전을 배우는 아들옆에 앉아 함께 운전대를 붙잡고 주님께 기도합니다. 초조함과 불안함으로 운전대를 붙잡고 있는 아들을 위해 그가 앉기에 가장 알맞은 높이로 운전석을 맞춰주면서 문득 하나님의 사랑을 묵상하게 됩니다. 아들의 안전을 위해 한 순간도 그의 눈을 떼지 않는 아버지의 마음처럼, 수고하고 지친 인생을 향해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라!” 말씀하시며, 우리와 더불어 인생의 멍에를 함께 지고가시는 주님으로 인해 한없는 영혼의 평안과 새로운 용기를 얻게 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