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례식 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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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선한 이웃교회 담임/미육군 군목)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고 시작되는 시편23장은 기독교인이나 유대인 모두 즐겨 암송하는 성경구절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죽음을 맞이하는 신앙인들에게 이 성경의 말씀은 큰 위로를 줍니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그렇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미국대통령의 부인였던 바바라 부시여사의 장례식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웃음과 그리움, 그리고 존경심이 함께 어울어진 아들 잽 부시가 읽은 추모사에선 그의 어머니인 바바라 부시여사의 마지막 죽음의 순간을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부시여사는 죽음을 맞는 순간에 어려서 잃은 딸, 로빈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을 기뻐하며 기대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구세주되신 예수님의 손을 붙잡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 것을 감사한다고 소개하였습니다. 장례식을 집례한 성공회 신부는 부시여사의 소원대로 “기뻐하며 경배하세”(Joyful, Joyful We Adore Thee)라는 밝고 소망에찬 찬송가로 장례식에 참여한 모든 회중과 함께 찬송하도록 했습니다. 참으로 죽음의 슬픔을 넘어 소망과 기쁨을 안겨준 감동스런 장례식이 였습니다.

 

죽음의 문턱조차 평화와 기쁨으로 맞이하는 이 흔들림 없는 신뢰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그것은 “사랑”때문이라고 성경은 가르쳐 줍니다. 요한복음은 이같은 사랑을 일컬어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내려놓는 참 목자의 사랑”이라고 소개합니다. (요한 10:11-18) 가끔 전쟁터에서 들려오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전우를 위해 날아온 폭탄에 스스로 몸을 던져 자신을 희생하면서 동료를 구출한 감동적인 이야기들입니다. 그같은 전우을 가졌기에 지옥같은 전쟁의 위협속에서도 겁없이 전선에 나아가 싸울 수 있게되는 겁니다. 대부분 세상에선 죽음의 어두운 골짜기까지 함께 손을 붙잡고 걸어갈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 이는 양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어떠한 희생도 감당하신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일컫는 말씀입니다. 이같은 사랑을 확신하기에 죽음의 음침한 골짜기를 걸어갈 지라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으며, 주님이 항상 함께하심을 의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같은 선한 목자되신 예수님과 더불어 사랑과 신뢰의 관계가 맺어져 있나요? 주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듯, “나는 선한 목자라. 나는 내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안다” 곧, 주님과 깊은 인격적 관계를 가지고 있나요?  사실, 서로를 알아보는 관계는 모든 사랑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입니다. 당신의 배우자가 특별한 이유는 수천, 수만의 사람들중에서 서로를 알아보았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사랑하는 이의 음성은 예사롭지 않으며, 그 음성에 귀를 귀울이게 되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주님과 이같은 인격적인 관계보다는 그냥 종교적 이고 사업적인 이해 관계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보게 됩니다. 종교적인 규칙과 신념을 지키기위해 목숨까지 바칠 열심을 보이지만, 정작 영혼을 울리고 변화를 경험하는 주님과의 진실된 교제가 사라진 신앙인들이 있습니다. 죄로인한 수치심이나 용서에 대한 감사와 기쁨도 없이, 기독교의 회개와 용서의 교리를 마치 수학공식을 대하듯 이해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앙생활을 예수님과의 관계는 상관없이 자신의 이익과 지위를 높이기 위해 사업적 관계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끔 이들은 본인에게 해가되고 득이되지 않으면, 갑자기 돌변해 교회를 무너뜨리는 돌격대가 되기도합니다. 그러므로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예수님과 나는 어떤 관계인가요? 나는 과연 내 죽음의 침상에서 ‘예수님은 이생과 내생의 동일한 나의 주님이요’라고 고백하실 수 있나요? 주님은 어두운 죽음의 골짜기조차 나의 손을 꼭 붙잡고 함께 걸어갈 참 목자되심을 믿으시나요? 바바라 부시여사가 부탁한 장례식 찬송을 부르며 새로운 은혜를 경험하게 됩니다.  자신의 장례식에는 꼭 “기뻐하며 경배하세!” 이 기쁨의 찬송을 불러달라 부탁한 그녀가 가졌던 믿음의 비밀을 우리도 동일하게 간직해야 하겠습니다. 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