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저울질과 영적 성찰

2214

이준 목사

두란노침례교회 담임(시카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리고와 아이 성을 정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나안 족속에 속한  기브온 거민들은 저울질을 시작합니다. 저울의 한쪽엔 가나안 연합군을, 다른 쪽에는 이스라엘과 함께 하신 하나님을 올려놓습니다. 저울은 수직으로 섭니다. 가나안 연합군의 승률 0%! 기브온인들은 목숨을 걸고 살 길을 모색합니다. 궁리 끝에 화친을 생각해내고 사신들을 꾸미기 시작합니다. 마치 가나안 땅 밖 멀리 사는 족속이 보낸 사신인 것처럼 꾸밉니다. 감쪽같은 차림새와 진심을 담은 고백이 여호수아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화친을 맺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거짓은 곧 들통나고 맙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선 기브온이 저지른 거짓의 죄에 대해 침묵하십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저주라는 명목으로 맡겨주신 일이 수상합니다. 허드렛일을 하는 종이긴 하지만, 성막의 일을 맡겨주신 겁니다. 성막의 일이란 레위인인에게만 허락하신 특별한 일이잖아요. 이상합니다. 하나님께서 기브온 거민을 특별하게 대하고 계신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첫번째 이유는 기브온 사람들의 신앙 고백입니다. 기브온 사람들은 이스라엘 리더들 앞에서 출애굽 이후 하나님께서 행하신 기적들을 다 믿는다고 고백합니다. 이스라엘에게 가나안 땅을 주신다는 하나님의 약속도 그대로 이뤄질 것을 믿는다고 고백합니다. 자기들의 생명을 구해주실 분은 오직 하나님 뿐이라고 고백합니다. 죽음을 피하려고 거짓 행동한 건 잘못이지만, 하나님을 향한 그들의 신앙 고백에는 한 점 거짓도 섞여있지 않았던 겁니다. 하나님을 향한 그들의 믿음은 결코 이스라엘 백성들의 믿음에 뒤지지 않았던 겁니다. 기브온 백성들이 지닌 그 믿음을 보시고 하나님께선 그들을 받아주시고 사랑해주신 겁니다. 이쯤에서 우리도 저울질 한 번 해보겠습니다. 저울의 한쪽에는 기브온 사람들의 신앙을 그리고 다른 쪽에는 자신의 신앙을 올려보시기 바랍니다. 저울의 기울기가 성찰의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두번째 이유는 기브온 사람들의 변함없는 충성입니다. 성경을 읽다보면 기브온인들의 변함없는 신앙에 감탄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선지자 예레미야를 통해 약속하신대로 바벨론에 의해 포로로 잡혀갔던 하나님 백성들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옵니다. 귀환자 명단이 에스라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명단에 보면 느디님이라는 명칭이 등장합니다. 느디님이란 이름이 아니라 성전에서 일하는 종들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바로 기브온 출신 사람들입니다. 여호수아의 저주를 통해 하나님 집의 종이 되어 장작 패고 물 긷는 일을 맡아하게 된 바로 그 기브온 사람들인 겁니다. 사람들은 보통 종의 신분에서 벗어나길 원합니다. 기브온 사람들에겐 바벨론에 의해서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졌을 그때가 종의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섬길 장소가 사라졌잖아요.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올 때 모른 체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500명이 넘는 기브온 후손들이 함께 돌아온 겁니다. 기브온 사람들은 대대로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은 겁니다. 그 은혜가 변함없는 충성을 낳았던 겁니다.

우리는 기브온 사람들 보다 훨씬 큰 은혜를 받은 자들입니다. 하나님께선 아무 자격없는 우리들에게 믿음을 선물로 주시고, 그 믿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하셔서 우리들을 종이 아닌 하나님의 자녀로 삼아주셨고, 제한된 생명이 아닌 영원한 생명을 주셨으며, 이스라엘에 속할 수 있는 권리 정도가 아닌 천국 시민권까지 주신 겁니다. 이 구원의 은혜를 잊지말고 자신에게 맡겨진 직분과 소명을 끝까지 감당하는 충성된 제자들이 다 되시길 축복하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