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절대 음감과 상대 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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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희(인디애나 음대 반주과 객원교수)

음감이란 어떤 소리를 듣고 그 소리의 높이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는 청각 능력을 말한다. 음감에는 절대 음감과 상대 음감이 있는데, 어떤 음을 듣고 그 음의 높이를 바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절대 음감이라고 하고, 어떤 음을 듣고 다른 음과 비교를 해서 음의 높이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상대 음감이라고 한다. 절대 음감을 가진 사람들은 머리 속에 음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장치가 있어서 다른 외부의 도움이 전혀 없이도 귀로 들은 음의 높이를 바로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지나가다가 자동차의 경적 소리를 들었을 때 그 소리의 음정이 피아노 건반에 어떤 음에 해당하는지를 바로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절대 음감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상대 음감을 가진 사람들은 음의 절대적인 기준이 없어서 기준이 되는 음을 듣지 않고는 자신이 들은 음이 무슨 음인지 알기 어렵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적 소리를 듣고 그 소리의 높이를  바로 알지 못하고, 피아노 건반을  하나하나씩 눌러보고 맞는 음을 찾고 나서 알게 된다면 상대 음감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노래 소리보다는 악기 소리의 높낮이를 구분하는 것이 더 쉽다고 한다. 그리고 저음역이나 고음역보다 중간 음역의 높낮이를 구분하는 것이 수월하다고 한다. 실제로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 무슨 음인지 판단할 수 있지만, 사람의 노래 소리를 들으면 무슨 음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음악을 전공하면 많은 사람들이 절대 음감을 가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상대 음감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고, 통계에 따르면 절대 음감을 가진 사람들은 0.005%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절대 음감이 음악을 하는 데에 있어서 필수 요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음악 대학에서도 상대 음감을 가진 학생들의 기준에 맞춰서 교육을 한다. 음악 교육에서 필수 과목인 청음 수업  (ear training) 이 있다. 리듬, 멜로디, 화음을 듣고 악보에 받아쓰는 능력을 기르는 수업인데, 음악의 기초 훈련이라고 보면 된다. 멜로디나 화성을 듣고 악보에 적을 때에는, 기준음이 되는 ‘라’ 음을 먼저 들려주고 그 다음에 멜로디나 화음을 들려준다. 특히 멜로디를 듣고 악보에 받아 쓸 때에는 절대 음감을 가진 학생들은 한 두 번 들으면 쉽게 받아 적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들려준 기준음인 라음으로부터 멜로디의 첫 음을 찾아서 적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번 들어야 받아 적는 편이다. 대부분의 청음 수업이 상대 음감을 가진 학생들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멜로디의 음 하나하나를 따로 듣는 것이 아닌 음 사이의 간격을 듣도록 가르친다.

기준음인 라음은 항상 들려주기 때문에, 기준음으로부터 간격이 얼마나 떨어진 소리가 나는지를 찾도록 알려준다. 음 사이의 간격에 따라 어떤 소리가 나는지를 배우는 것이다. 절대 음감을 가진 학생들이 멜로디 받아쓰기를 빨리해서 끝내 놓으면 무조건 칭찬을 하는 것이 아닌, 음의 간격에 따라 어떤 소리가 나는지를 더 들어보라고 조언한다. 이렇듯 음악에 있어서 절대 음감을 가졌는지 상대 음감을 가졌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음과 음 사이를 알고 비교를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둔다. 타고난 것보다 훈련을 통한 반복학습이 더 중요하다. 오늘은 자동차 경적 소리를 듣고 무슨 음인지 찾아봄이 어떨까. 자신이 절대 음감인지 상대 음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