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원에서 식탁으로

688

이종형 은퇴목사

코비드-19 덕택에 집에 있는 시간이 어느 때보다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그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익힌다. 이전과 달리 책을 읽거나 취미를 개발한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고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박물관 교향악 오페라 등의 문화 산책을 하고 집에 앉아서 온 세계 테마 기행을 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정원 만드는 일을 즐긴다. 아파트나 콘도에서는 실내 또는 옥상에서 화분을 이용한다. 많은 땅이 아니라도 되기에 우리가 에티오피아에 있을 때는 아파트 앞 아주 좁은 땅을 정원으로 만들었다. 화초를 심거나 채소를 심는다. 처음 씨를 심으면 그것이 싹을 트고 올라오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고 기뻐한다. 모종을 심어도 마찬가지다. 생명 사랑의 마음이 일어나 적당하게 물과 영양을 제공하고 햇빛을 보고 바람을 통하게 하여 싹이 자라 잎과 줄기가 뻗어가는 것을 보며 서로 대화를 한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너는 예쁘다 잘 자라라 하면 그것도 사랑해요 고마워요 하고 응답한다. 그리고 꽃이 피면 벌과 나비가 찾아와 즐기는 것을 보면 마음에 기쁨과 감사가 가득해진다.

우리 집 정원에는 화초와 채소, 나무가 여러가지다. 아내가 심고 돌보지만 나는 그를 돕고 그것을 즐기고 있다. 그 수를 일일이 헤아리지 않았다.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계속하여 꽃을 피어 정원을 아름답게 한다. 무슨 꽃인지 알 수가 없기에 PlantSnap이란 앱으로 이름을 알아가는 것도 흥미롭게 시야를 넓혀 준다. 에티오피아 아파트에 살며 좁은 땅에 채소를 심어 더운 지방 일년 내내 즐긴 것을 생각하며 철수하여 돌아온 후에는 정원에 채소를 심었다. 부추 호박 오이 도마도 고추 파 케일 상추 들깨 등이다. 이들 모두는 생명력이 풍부하게 뻗어가기에 그것을 보는 것만 해도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창조의 능력을 찬양하며 감사하게 된다. 아내는 아침마다 생명과 평화로 가득한 정원을 걸으면서 하나님이 동산에 내려와 거니시는 것을 느끼며 하나님을 찬양하니 그곳이 바로 에덴이요 천국의 일부라는 경외감도 가지게 된다. 막내 딸이 엄마의 정원을 결혼식장으로 삼겠다고 하니 최고의 기쁨이요 축복이라 더욱 아름다움을 더하였다.

또 감사한 것은 아침마다 싱싱한 유기농채소가 정원에서 식탁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이른 봄 부추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매일 아침 상추 케일 깻잎 등 채소를 즐기고 오이 호박 도마도를 따는 기쁨과 함께 감사함으로 받는다. 이들이 자라나는 것을 보는 것이 즐거움이지만 먹는 것, 또 이웃과도 나눌 수 있는 것은 큰 축복이다. 하나님은 이런 채소를 사람에게 처음 먹을거리로 주셨다. “내가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 거리가 되리라” (창1:29) 하신다. 사람이 건강을 위하여 생선과 고기를 먹지만 이는 인간의 타락과 홍수 후에 노아에게 허락하신 것이다. 고기를 먹기 전에는 사람의 수명이 900년이 될 정도였으나 하나님이 인간 수명을 120세로 정하여 주신 후에 고기를 먹게 하셨으니 어느 면에 육식은 수명을 단축하는 길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정원에서 더욱 생명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경배하니 주의 은혜가 크고 크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