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국(帝國)앞에 서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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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 (선한 이웃 교회 담임/ 미 육군 군목)

“내가 주의 신을 떠나 어디로 가며 주의 앞에서 어디로 피하리이까…내가 새벽 날개를 치며 바다 끝에 가서 거할지라도, 곧 거기서도 주의 손이 나를 인도하시며 주의 오른손이 나를 붙드시리이다.” (시139:5-10)

어머님은 자주 잠자리에 들면 무서운 꿈을 꾸듯 허공을 향해 신음소리를 내시곤 했습니다. 그 모습에 놀라 옆에 누운 어머니를 흔들어 깨웠던 어릴 적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쟁 때 피난 길에 어머니의 손을 놓치고 난 후 영영 어머니를 찾지 못한 채 그 같은 끔찍한 기억을 안고 평생을 사셨습니다. 어머님은 잠자리에서 조차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잃어버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악몽에 시달렸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성인이 되어도 지워지지 않는 인생의 깊은 트라우마가 되었던 것입니다. 성경의 요나서를 읽게 될 때, 간혹 우리안에서 경험하는 잃어버림에 대한 두려움과 상처를 치유받게 됩니다. 바로 우리의 하나님은 바닷속 심연까지 찾아와 우리의 손을 결코 놓지않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선지자 요나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속에서 그의 불변의 사랑(God’s Persistent Love)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선지자 요나의 끝없는 불순종(persistent rejections)과 크게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이 명령을 피하여 다시스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싣고, 그가 가야할 곳과는 정반대로 여정길에 오른 요나였습니다. 그의 맘속에서 고발하는 불편한 양심의 소리를 일부러 잠재우며 그는 배 밑창에 들어가 눈 딱 감고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배에 풍랑이 덮치고,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 대는 위기속에서도 그 같은 일들이 자신을 찾으시는 하나님의 손길이었음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그가 바닷속에 던져 지고 나서야 깨닫게 됩니다. 바닷속 심연의 알 수 없는 풀들에 몸이 감기고 목숨이 끊어지게 될 때, 그를 삼킨 큰 물고기는 다름아닌 하나님의 손길이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물고기 뱃속에서 삼일밤 삼일 낮을 회개하며 눈물 콧물을 다 쏟고 나서야 그의 삶이 하나님의 은혜안에 있음을 절절히 깨닫게 된 것입니다. 바로 그것은 하나님의 포기하지 않는 사랑 (persistent love)였던 것입니다.

그 같은 하나님의 불변의 사랑속에는 언제나 더 큰 뜻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됩니다. 끝까지 그를 추적하듯 요나를 붙잡아 주신 하나님의 손길속엔 요나도 알지 못할 더 큰 하나님의 계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그를 앗수르의 제국앞에 홀로 세우기 위함이었습니다. 생각만해도 끔찍했을 적국의 수도, 니느웨성에 “심판과 회개”의 메세지를 전해야 했던 것입니다. 그 도시를 지나는 것만도 삼일길을 걸어야 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곳이 얼마나 크며, 그 안에 사는 인구가 얼마나 많은 지를 어림하여 짐작해 보게 됩니다. 분명한 것은 그 일은 도저히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적어도 인적, 물적으로 상당한 도움을 필요로 했습니다. 시간적으로도 하루 아침에 이뤄질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같은 엄청난 미션프로젝트를 생각하며 요나는 정말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고민하며 낙심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그 일은 하나님이 친히 행하고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 큰 도성의 사람들이 요나가 던진 회개의 메세지앞에 제국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왕부터 백성들, 심지어 짐승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앞에 바싹 엎드리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요나 선지자는 단지 하나님이 사용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가 프로젝트를 세워서, 사람들을 동원해서, 멋지게 준비한 장소에서, 훌륭한 메세지를 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낱 광야의 한 소리처럼 외쳤을 뿐이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추수할 곡식에 낮을 갖다 대었을 뿐인 데, 추수가 저절로 되는 형국이었던 것입니다. 그는 단지 하나님의 구원의 큰 목적과 계획속에 쓰여진 도구였던 것입니다.

간혹 어머니의 손을 놓친 고아와 같이, 우리는 인생속에서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낙망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끝을 모를 깊은 바닷속 심연에 나 혼자 버려진 것 같은 절망의 순간들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마치 요나를 주목하며 그를 추적하듯, 결코 우리를 포기하지 않는 영원한 사랑으로 우리의 연약한 손을 붙잡아 주십니다.. 그것은 아직 우리의 삶을 통해 이루실 하나님의 더 큰 목적과 계획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우리 삶이란 다름아닌 나보다 더 큰 하나님의 목적을 위해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의 인생을 통해 하나님이 친히 써 내려가는 놀랍고 감동스런 이야기들인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