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기도문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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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주님께선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길 간절히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임재와 통치가 일어나는 장소를 말합니다. 여기에 시간을 대입하면 믿음의 성도들이 미래에 누리게 될 하나님 나라와 현재 이 땅에서 누릴 수 있는 하나님 나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 하면 요한 계시록이 증거하고 있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배경으로 임할 새예루살렘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주님께선 그 하나님 나라가 임하길 바라며 간절히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이 기도를 왜 드려야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천국의 도래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이라, 하나님께서 정하신 마지막 때에 반드시 이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나님 나라의 임재는 기도할 일이 아니라, 그냥 믿음으로 기다려야 할 일로 보이는 겁니다. 이 질문을 가지고 기도하는 중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기도한 인물이 생각났습니다. 계시록 마지막 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사도 요한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속히 오리라.” 계시를 통해 보여주신 것처럼, 하나님 나라와 함께 곧 임하시겠다고 약속해주신 겁니다. 그러자 요한이 대답합니다.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요한은 주님 약속이 이뤄질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약속하신 대로 이뤄달라고 기도하고 있는 겁니다. 당시 교회는 로마 황제로부터 심한 박해를 받고 있었습니다. 계시를 받던 당시 요한도 밧모 섬에 유배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교회가 어려울 때, 하나님께서 교회와 성도들에게 힘과 위로를 주시기 위해 요한을 통해 마지막 때에 일어날 일들을 보여주신 겁니다. 요한은 기뻤을 겁니다. 주님의 재림과 그때 임할 하나님 나라에 대해 더 확고한 소망과 믿음을 갖게 되었을 겁니다. 따라서 요한의 기도는 믿음의 고백인 겁니다. “아멘.” 이 말에는 주님께서 계시로 보여주신 모든 일과 주님의 재림을 믿는다는 고백이 담겨있습니다. “주님 오시옵소서.” 이 말에는 아멘으로 고백한 믿음을 가지고 약속하신 그 날을 흔들림없이 바라보며 주어진 삶을 인내하며 살겠다는 결단의 기도가 담겨 있는 겁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성도들도 “나라이 임하옵소서.” 이 기도를 통해, 장차 임할 하나님 나라에 믿음과 소망의 닻을 내리고, 그 본향을 향해 견고하게 전진해가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누리고 있기도 합니다. 공생애 기간 중 예수님 가르침의 중심 주제는 하나님 나라였습니다. 이때 주님은 종말에 임할 하나님 나라 뿐 아니라, 현재 이 땅에서 누릴 수 있는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도 가르쳐주셨습니다. 천국에 대한 비유로 가득한 마태복음 13장 말씀은 장차 주님의 재림과 함께 임할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가르침만 담고 있질 않습니다.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를 통해 주님께서 선포하신 복음으로 세워진 교회가 시작은 미약하지만 나중은 창대해질 것을 보여주십니다. 즉 이 땅에 존재하는 성도와 교회를 하나님 나라로 다루고 계신 겁니다. 하나님께서 임하실 성전이기 때문입니다. 누가복음 17장에선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주님을 믿는 자들 안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다는 뜻입니다. 현재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하나님 나라와 “나라이 임하옵소서” 이 기도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요? 바울이 고린도전서 끝부분에서 이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당시 문제로 가득한 교회를 향해선 “주님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주님께는 그들에게 임하셔서 그들을 다스려 달라고 기도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도 바울처럼 기도해야 합니다. 성전인 우리 안에 하나님께서 임하셔서 다스리시는 삶, 즉 성령충만한 삶이 되길 바라며 기도해야 하는 겁니다. 또한 믿지 못하는 자들에게도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도록 기도해야 하는 겁니다.

이 땅 모든 백성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지금부터 그리고 영원히 누리게 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