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님을 향한 진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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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시카고)

 

역시 먼저 도착해있었습니다. 운전석에서 작은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으로 보아 셀폰으로 성경을 읽고 계신 것 같습니다. 차문을 열고 나오니 새벽 공기가 쾌청합니다. 우리 차문 여닫는 소리를 듣고 운전석에서 나온 Y 자매님이 뒷문을 엽니다. “오늘도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상대로 예쁜 딸이 엄마 손에 의지해 깡총 뛰어내립니다. 그날 새벽에도 전날처럼 흰색 긴 치마를 입고 있었습니다. “굳이 치마를 입겠다고 해서요.” “하나님께 예쁘게 보이려고 그러는구나.” 우리들의 동작과 대화에 고요한 새벽 공기가 기분좋게 출렁합니다. 학교가 쉬는 추수감사절 기간에는 일주일 내내 새벽 예배를 드렸는데, 이번 주에도 벌써 세 번째 출석 중입니다. 그런데 6살 꼬마 숙녀의 얼굴엔 피곤기가 없습니다. 환한 웃음만 가득합니다. 엄마 품에서 진지하게 예배 드리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며칠전 엄마가 보내준 동영상이 떠올랐습니다. 테이블 위에 다소곳이 앉은 꼬마 숙녀가 꽃미소를 지으며 찬양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예배자입니다 내가 서있는 곳 어디서나 하나님을 예배합니다 내 영혼 거룩한 은혜를 향하여 내 마음 완전한 하나님 향하여 이 곳에서 바로 이 시간 하나님을 예배합니다” 귀여운 꼬마식 발음과 명랑한 웃음으로 꽉채워진 49초짜리 동영상은 내 영혼을 온통 사로잡고 말았습니다. “우리 아이가 요즘 시간만 나면 기도해요. 식사를 준비하고 있으면 식탁에서, 샤워하고 있으면 방에서, 청소하고 있으면 식탁 밑에서 두 손을 꼭 모으고 눈 감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기도하는 거예요. 금요 예배 때 합심 기도 시간이 되면 자기도 두 손을 높이 들고 목청을 다해 기도해요.” 두 주 전 엄마를 통해 들은 이야기 입니다. 요즘 말씀과 기도와 예배를 통해 하나님과의 사랑에 푹 빠져 지내는 아빠 엄마 그리고 꼬마 숙녀만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납니다.

“목사님 성찬식에 사용할 빵과 포도주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L 성도님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동안 몸 무게가 또 4파운드 빠졌습니다. 감기가 치명적이니 조심하라고 해서 주일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침도 많이 나구요…오늘은 새벽 4시에 일어났어요. 요즘이 바쁜 철이라 아내와 딸이 평소 보다 일찍 출근했거든요. 그래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느라 저도 한 시간 일찍 일어났습니다. 그후 잠을 못자다가 목사님 오시기 전에 소파에서 잠시 눈을 붙였는데 아주 이상한 경험을 했어요. 누군가 제 손을 잡아주는 거예요. 힘을 내라는 듯이 다소 강하게 잡아주셨어요. 순간 주님이시라는 걸 알 수 있었어. 이번 금요일 조직 검사를 받게 되고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치료의 과정에 들어갑니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치료 중 20% 정도가 부작용으로 고생한다고 합니다. 또 2년 정도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견딜 수 있는 체력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기도하고 있었는데…주님께서 절 직접 찾아오셔서 위로해주신 겁니다.” 간증을 듣는 동안 내 영혼도 예수님의 사랑 때문에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예수님의 치유 사역을 증거하고 있는 성경 말씀들을 전하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집을 나서기 전 성도님께서 온 정성을 쏟아 만드신 성찬용 빵과 포도주를 받아 들었습니다. “3개월 분을 만들었습니다. 치료가 시작되면 아무래도 당분간 예배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아서요.” 몸을 괴롭히고 있는 암도 예수님께서 머리가 되시는 교회를 사랑하는 성도님의 마음을 이길 순 없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은 이처럼 생각과 입술이 아닌 자신의 삶으로 증명해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