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점(酒店)과 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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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서상규 목사

 

몇 해전 한국을 방문 하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저희가 탑승한 비행기는 상하이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중국국적의 비행기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으로 바로 가지 않고 상하이에서 내려 하룻밤을 보내고 인천행으로 갈아타야 했습니다. 비록 하루 늦어지는 일정이지만 항공료도 저렴하고 아직 가보지 못한 상하이도 들를 수 있다는 생각에 나름 만족하며 예약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출발시간부터 연발이 되더니 상하이에는 밤 9시가 되서야 도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하이를 구경할 수 있겠다는 예상은 빗나갔고 하는 수 없이 항공사에서 마련한 호텔로 바로 가게 되었습니다. 상하이 공항에 도착하자 항공사 직원이 저희를 맞아 호텔로 가는 셔틀 버스까지 안내를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버스는 정말 호텔 셔틀버스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후된 차량이었습니다. 거기다가 버스의 사방을 살펴 보아도 항공사나 호텔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아 더욱 의심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항공사 직원은 이 버스를 타고 가라며 저희 가족을 남겨두고는 가버렸습니다. 잠시후 운전기사가 내려오더니 다짜고짜 중국말로 뭐라고 하는데손짓을 보니 차에 짐을 실으라는 소리 같았습니다. 저희 가족은 얼떨결에 짐을 싣고 차에 올랐습니다. 그 버스 안에는 웬 중국인 청년이 하나 타 있었을 뿐 우리 가족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웬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버스는 공항을 빠져나와 하이웨이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버스가 하이웨이를 조금 달리는듯 하더니 이내 빠져나와 칠흑 같은 어두운 시골 길로 가는 것입니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불빛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제 마음은 극도로 불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들었던 중국에 관한 기괴한 소문들 ‘장기가 적출 되었다느니’, ‘인신매매 되었다느니’ 하는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시골 길을 한 20여분 달리자 어슴푸레한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뒤 이 버스는 한 시골 읍네 같은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이미 모든 상점들은 불이 꺼져있었고 길거리는 어두웠습니다. 이제 호텔에 도착을 하는가 보다 생각하는 순간 버스는 큰 길가가 아니라 뒷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이거… 이건 아닌데….” 우리 기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였습니다. 어둑한 골목길을 돌아 들어가자 눈앞에 커다란 빨간 네온사인의 간판이 들어왔습니다. “상해OOO주점(酒店)”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우리가 중국의 어느 술집에 팔려온 것이 아닌가!  사실 중국의 숙박시설은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는데요. 여관(旅馆), 병관(宾馆) 그리고 주점(酒店) 이 중에서 주점이 가장 등급이 높은 것으로 호텔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알지 못했던 저는 크게 오해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여행이 즐겁고 편안하려면 무엇보다도 숙소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여행도 잠자리가 불편하면 힘들어 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제가 갔던 주점도 아니고 항상 텐트에서 생활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텐트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브라함부터 시작이 됩니다.아브라함은 그가 살던 고향을 떠난 이후로 죽을 때 까지 텐트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후손들도 텐트에서 살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 한 이후로도 광야 40년 생활동안에 텐트에서 살았습니다. 열왕기서의 내용을 보면 약속의 땅을 얻고도 얼마간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전히 텐트에서 생활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텐트생활은 그들의 인생이었습니다. 텐트에서 태어나서 텐트에서 죽었습니다. 이렇듯 텐트는유대인들의 삶과는뗄래야 뗄 수 없는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아울러 텐트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영적인 삶의 상징이었습니다. 텐트의 삶은 하나님의 약속과 그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영적인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텐트를 치고 걷고 치고 걷고 그들은 그 불편하고 힘든 텐트의 생활을 이어갑니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하나님께서 그분이 약속하신 땅으로 인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텐트를 친다는 것은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다는 것입니다.오늘 텐트를 다시 걷는다는 것, 그것 또한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다는 것입니다.그럼 왜 우리는 이렇게 텐트를 치고 다시 걷고 하면서 살아야 합니까?왜냐하면 텐트 치는 자의 삶은 곧 정착된 삶이 아니라 나그네 삶이라는 것입니다.이 세상이 우리가정착할 곳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늘 이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그저 나그네의 삶, 텐트를 치는 삶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