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차별과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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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서상규 목사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미가 6:8)

차별과 불공평, 가난과 억압, 억울함과 부당함이 만연하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정의를 행하고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함으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 오늘 이 세상에 정의가 행해지고 있습니까? 모든 사람이 동등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까? 피부의 색이 다르다고, 지위의 높고 낮음에 따라, 가진 것이 있고 없음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세상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습니까? 말세에 사랑이 더욱 식어질 것이라는 예언이 성취되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겸손함으로 서로를 높이고 자신은 낮아지는 세상입니까? 아니요. 할 수만 있으면 자신을 드러내고 나타내야 하는 세상입니다. 지금 온 세상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시위로 들끓고 있습니다. 눈 앞에서 자행된 인종차별의 잔혹함을 본 사람들은 분노했고 경악했습니다. 동등한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존중 받지 못한 차별의 모습이 얼마나 무자비 했는지를 목격했습니다. 그것이 말세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비단 저 세상의 모습일 뿐일까요? 혹 교회 안에, 우리 안에 이러한 차별과 갈등이 있지는 않습니까? 당연히 ‘교회 안에서 어찌 인종의 차별이 있고 부당한 대우가 있을 수 있을까?’ 라고 우리는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 안에서 은밀하게 작동하고 있는 차별의 모습을 살펴 보아야 합니다.

[베제와 포용]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미로슬라브 볼프 박사님으로 플러 신학교와 예일 대학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는 훌륭한 학자입니다. 이 책은 그가 고향인 동유럽의 크로아티아에서 1990년대 인종 청소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참혹했던 내전 속에 짓밟히고 억압받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깊이 성찰했던 그의 신학이 담겨져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주요한 키워드는 베제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배타성이 있습니다. 다른 고향, 다른 학교, 다른 교회, 즉 나와 동질감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이 배타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항상 우리의 생각은 안으로 향하게 됩니다. 자기와 같은 지역, 학교, 교회, 그리고 자기 그룹으로 향합니다. 타자는 이때 자연스럽게 배제가 됩니다. 이익이 될 때는 동반자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무관심한 존재가 됩니다. 여러분 혹시 우리 마음에 이런 배제가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가 누구를 차별한다고는 말하지 않지만, 아니 우리 안에 차별이 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부담이 되지만 그 말을 조금 바꾸어서 ‘우리 안에 베제가 있지는 않은가?’ 라는 질문에 우리는 쉽게 ‘아니오’ 라고 말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익숙한 사람들끼리 만납니다. 항상 같이 밥을 먹는 사람과만 밥을 먹습니다. 같은 고향, 같은 학교, 같은 성씨의 사람들 하고는 금방 친숙해 집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가능한 내 삶에서 배제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불편하고 익숙지 않고 어렵기 때문이죠. 그 베제함이 배타성이 되고 이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거기에 더하여 차별로 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로슬라브교수는 그의 책에서 “배제는 자신 안에 있는 낯설음에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타자를 박해하는 것으로, 문명 안의 야만성이며 선한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 악이자 문명에 의해 만들어진 야만성이고 자아의 벽 안에 있는 타자에 대한 범죄”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플로이드를 죽인 백인 경찰 처럼 인종적 우월주의나 차별이나 억압을 하는 사람들은 아닐 지라도 우리 안에서 배제와 배타의 마음이 은밀히 작동되고 있음을 보지는 않습니까? 타인의 다름을 능히 포용하고 이를 포옹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합니다. 신약 학자인 스캇 맥나이트는 그의 책 [배제의 시대 포용의 은혜]에서 “죄란 하나님으로부터, 다른 이로부터, 세상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배제하는 것이다. 복음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감싸 안으신 것같이 우리도 하나님과 타인을 감싸 안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제와 차별을 부수고 포용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으로 누군가를 배제시키고 누군가를 차별하고 누군가를 나의 관심 밖으로 밀어내 버렸지만 우리 주님께서는 죄로 말미암아 배제 되었던 우리를 위해 기꺼이 그분의 무릎을 낮추셨고 우리를 안아 주셨으며 우리를 포용해 주셨습니다. 이제 우리가 받은 포용의 은혜를 우리의 이웃들과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