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차세대로 연결될 교량 너무 멀리 떨어져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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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모 <논설고문>

‘프로스펙트’

 

한국일보 도태환 논설위원의 한류와 세대에 관한 지난 주의 컬럼은 내게도 질문을 일으켰다. 우리들은 세대 간의 대화와 세대교체를 지난 반세기 동안 말해왔는데 그 현실이 아직은 1세들 스스로 냉소할 수준인가? 그런 생각 중에 지난주 시카고 한인 언론에 보도된 차세대 관련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브린마 한인축제에 앞장선 리사 김, 입양아들의 시민권 취득 운동을 벌이는 KAtCH의 벡키 벨코어와 하나센터 등의 지원, 유권자 KA-Voice의 ‘풀뿌리 운동’에 모국 이슈가 편승한 것 등이 눈에 뜨였다. 이런 한인 차세대로 연결되는 ‘징검다리의 섬들’에 닿을 1세 이민들의 “교량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나?”

그 질문에 세계 2차대전 전투 중에 연합군의 참패를 기록한 작전역사 영화 “너무나 멀리 떨어진 다리” (A Bridge Too Far)가 맴돈다. 이 작품은 1944년 6월 노르망디에 상륙한 연합군이 독일 루르 공업지대로 진입하려고 사상 최대 규모인 약 4만2천명 병력을 공수 투입했다가 영국 몽고메리 장군을 비롯한 지휘관들의 오만한 자아도취가 부른 참패 기록이다. 9월17일 화란의 라인강 하류 Arnhem의 작은 교량 북쪽에 낙하된 선발대가 주력 30군단 보병의 지연으로 9일간 격전에서 1만3천명의 전상자를 내고 실패한 전투다. 2배 이상 병력의 연합군이 독일 군에게 패퇴한 가장 큰 이유는 선발대를 교량에서 8마일 떨어진 평지에 낙하시킨 몽고메리의 착오와 독일 팬자 탱크 부대를 묵살한 작전계획 오류지만 장군들의 블레임 게임은 짙은 안개 탓으로 결론낸다.

자생단체나 국가 리더들의 자아도취와 모험성 결단의 오판이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한다. 공동체의 행동들이 특정 목적을 위해 일관성 있는 행동으로 조직화되어 제시된 목표 성취를 성취하는 과정을 사회과학은 institutional behavior라고 한다. 결혼은 두 사람의 좋은 관계가 성립, 그 관계가 구조화되어 사회가 인정하는 근본적 문화의 일부가 된 기본 institution이다. 자선사업, 교육 등 공동체의 특정 목적을 위한 반복 행동을 발생시키는 관계의 구조와 규범을 우리말로 통상 ‘제도적 기구’라 한다. 정부, 군대, 법원 같은 제도적 기구나 법적 행위 외에도 관습적 신념의 행위인 종교나 업적을 기림 받는 링컨 대통령 같은 인물(fixture)도 institution이라 칭한다. 우리 한인 사회에도 작은 institution이라 칭할 만한 인물들이 있다.

“할아버지가 손자녀들에게 품위 지키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한 친구는 자랑같이 푸념한다. 사회적 관계에 속한 개인이 지니는 정체성(identity)은 개인에게 소속감을 주며 자기 나름의 동질성을 유지하는 주체성이다. 개인의 정체성에는 부모-자녀 같은 사회적 역할(role)이 따르며 역할에는 신분지위(status)가 따른다. 그리고 “부모다운” 역할 행위(role behavior)를 기대한다. ‘보스’나 장로다운 언동이라는 말은 신분지위에 걸맞는 언행(status behavior)을 기대한다. “장로가 됐으니”사람들은 조심하며 너그럽고 체신있는 언동으로 그 신분지위 행위 기대에 부응하게 된다.

이런 사회과학 개념들이 우리 차세대와의 연결 교량에 어떤 관련이 있나? 앞으로 전개하며 공론화 할 소재인 재미 한인수는 서울 올림픽 이후 모국으로의 역이민이 시작된 다음 첫 1990년 센서스에 795,913명으로 추산됐다. 25년이 지난 2015년에는 1,472,796명에, 한국계 조상을 밝힌 140,951명을 합치면 재미 한인은 1,685,973명으로 추정된다. 통상 세대 구분에 출생지와 연령을 기준하여 미국 출생 시민을 2세로, 17세까지 이민온 외국 출생자들을 1.5세로, 그리고 18세 이후 이민자를 1세로 구분한다. 성장배경과 문화 요건을 배려하지 않아 모호하지만 지난 25년간 재미 한인 영어권 2세는 약 22만명(한인의 27.6%)에서 40만명(27.1%)으로 증가했으나 비율은 4분의 1을 약간 상회하는 채로 남아 있다. 1.5 세대가 18.5%에서 26.8%로 증가한 반면 1세는 53.9%에서 46.0%로 감소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