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침묵 수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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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형 은퇴목사

지난 7월 우리 가족이 뉴저지 최남단 케이프 메이에 있는 마리아 수양관에서 일주일간 침묵수련회에 참여하였다. 평생 많은 수양회에 참여하고 성인목사가 되어서는 많은 인도를 하였지만 침묵 수련회는 처음이었다. 신학교에서 영성신학을 교수하는 딸이 내 생일을 축하하며 일주일 쉬는 시간을 가지도록 등록해 준 것이다. 그가 준비한 이와 비슷한 수련회에 여러번 참여하여 좋은 시간을 가졌기에 이번에도 기쁨으로 응하였다. 수련회 전날 랭카스타에 있는 사이트앤사운드 극장에서 “예수” 성극을 보고 받은 감동을 가지고 갔다. 100명 가까운 참가자 가운데 남자는 오직 6명이고 그외에는 모두 여인들이었다. 아침 찬양과 말씀 성찬으로 된 30분의 경건회와 정해진 상담자와 30분간 영적 상담을 하는 것 외에는 전체가 침묵 곧 무언으로 진행된다. 식사를 할 때도 말이 없고 서로 만나도 말이 없다. 말과 소리가 실로 많은 세상, 자동차 소리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 많은 통신, 미디어 등으로 눈을 뜨면서 자리에 누울 때까지 조용한 시간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분주하게 살며 많은 말과 표현을 한다. 이런 형편에 침묵은 생소한 것이나 절실히 필요한 삶의 부분이다. 예수께서도 새벽 미명 한적한 곳을 찾아 아버지와 독대하는 시간을 가졌고 또 제자들과 함께 분주하게 사역하다가 한적한 곳에서 휴식하자고 권하셨다. 내게도 필요한 것이다.

내가 전적으로 수련회 참가자로 경건회에 참석하고 나에게 정해진 상담자(영적 지도자)를 맞난다. 상담자는 평상 옷을 입은 수녀다. 내가 인도하고 상담하던 입장에서 이제는 받는 사람이 되었다. 상담자가 나보다 젊지만 평생을 오직 주를 위해 헌신한 것을 인정하며 내가 그로부터 영성을 더욱 배울 마음, 겸손한 심정으로 그의 안내와 지도를 받기로 결정하다. 그는 내가 어떻게 지나는가를 묻고 내 말을 경청하며 나에게 성경구절을 제공하고 다음 시간 다시 이야기하자고 한다. 자기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자신을 살피게 하는 좋은 방향이다. 아침 경건회가 짧은 시간이지만 찬양으로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그를 높이게 되고 말씀으로 마음을 조명하고 성찬으로 주의 사랑 은혜를 더욱 실감하며 하루를 주 앞에서 주와 함께 보낸다. 바다에서 오르는 해를 보고 바다로 해가 넘어가며 어둠이 오는 것을 보지만 몇 시간 후면 어둠을 걷어내는 광명한 해가 오를 것을 기대한다. 바다는 끊임없는 소리로 밤낮 출렁이고 고기떼와 갈매기는 그것을 즐기고 있다. 바닷가의 나무와 꽃들은 말없이 뻗고 피고 생기와 향기를 내며 무엇인가 말을 한다. 모두가 쉬지 않고 움직이며 자기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소리와 무음에서 무엇인가를 듣는다.

나는 입으로 말을 않고 침묵을 지키나 속에서는 쉬지 않고 많은 소리를 듣고 많은 말을 하며 요동치는 바다물결 같다.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이 침묵하고 안정을 가질 수 있을까? 여호와여 내 마음이 교만하지 아니하고 내 눈이 오만하지 아니하며 내가 큰 일과 감당하지 못할 놀라운 일을 힘쓰지 아니하나이다.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뗀 아이가 어미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뗀 아이 같도다 (시131:1-2). 내 속 사람이 평온하게 되는 비밀을 찾게 되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