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트라우마 제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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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두란노침례교회 담임목사)

아주 극심한 어려움을 겪으면, 대부분의 경우 그것이 마음 깊은 곳에 트라우마로 남게 됩니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극도의 두려움 또는 불안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되죠. 트라우마가 심하면, 조울증우울증강박장애피해망상과 같은 정신 질환을 낳기도 합니다. 1차 선교 여행 때 돌에 맞아 거의 죽을 뻔한 일은 바울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기에 충분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2차 선교 여행 때 비슷한 상황이 닥쳤는데도 바울은 전혀 놀라는 기색없이 태연히 행동합니다. 큰 고난을 누구보다도 많이 겪은 바울이 트라우마 제로의 삶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사역을 끝까지 잘 감당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요?

첫번째 비결은 기도입니다. 사도행전 16장엔 빌립보에서 선교하다가 매 맞고 감옥에 갇힌 바울이 실라와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두 사람은 하나님의 뜻이 궁금했을 겁니다. 주님 뜻에 순종해서 이곳까지 왔는데 매 맞고 감옥에 갇힌 겁니다. 더우기 감옥에 갇힌 이유가 불쌍한 여종에게서 귀신을 쫓아낸 겁니다. 해방된 여종이 주님께로 돌아왔으니 칭찬받아야 마땅한 일인데, 칭찬은커녕 이렇게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물었을 겁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임하셔서 그들의 기도를 찬양으로 바꾸어주셨습니다. 오셔서 채찍의 고통을 어루만져주셨고, 또한 이곳에 있는 간수와 그 가족들을 구원하실 계획도 미리 알려주신 겁니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와 은혜를 체험한 바울과 실라는 북받쳐 오르는 기쁨과 감사함 때문에 찬양을 드릴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기도의 체험이 풍부한 바울은 어려움 중에 있는 성도들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립보서4:6-7) 마음은 트라우마가 새겨지는 곳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기도하는 자의 마음과 생각을 지켜주신다는 겁니다. 그 결과 마음에는 트라우마 대신 은혜의 흔적만 남게 됩니다. 바울은 이 은혜의 흔적을 “예수의 흔적”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두번째 비결은 하나님의 은혜를 결코 잊지 않는 영성입니다. 은혜는 자격 없는 자, 능력 없는 자에게 값없이 베풀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고린도전서 15장에서 바울은 자신을 사도가 될 자격이 전혀 없는 자라고 고백합니다. 주님을 만나기 전 교회를 핍박한 전력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자기를 사도로 세워주셨으니,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가 헛되지 않도록 다른 사도들 보다 더 많이 수고했지만, 그럴 수 있었던 것도 100% 하나님의 은혜 때문이라고 고백합니다. 아름답고 정확한 고백입니다.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을 만난 그 순간부터 자신이 얼마나 자격 없고 능력 없는 자인지를 철저하게 깨달았습니다. 주님을 만난 후 즉시 눈이 보이지 않아 흑암 속에서 사흘을 보내고, 주님의 제자 아나니아의 안수 기도를 통해 눈을 뜨게 되는 과정을 겪는 동안, 자신이 얼마나 큰 죄인이었는지 동시에 얼마나 무력한 자인지를 깨닫게 되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구원해주시고 사도직까지 맡겨주셨으니, 바울은 그 크신 하나님의 은혜를 평생 잊을 수 없었던 겁니다. 그후 바울은 맡겨주신 사도의 직분을 은혜 안에서 감당했습니다. 먼저 바울은 매일 자신을 죽였습니다. 매일 하나님 앞에서 연약하고 부족한 자신을 내려놓은 겁니다. 그런 후, 가난한 심령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간절하게 구했습니다. 이렇게 모든 일을 하나님 은혜 안에서 감당해가는 동안 바울의 삶에는 감사만 넘칠 뿐, 상처가 자리잡을 틈이 없었던 겁니다. 이런 체험 때문에 바울은 서신서의 서두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와 평강이 있기를 바란다고 꼭 적었습니다. 단 한 번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주님 안에서 트라우마 제로의 삶은 절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