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하나님의 거룩한 계획(Divine Conspi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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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선한이웃교회 담임/미육군 군목)

영국의 해리왕자와 결혼한 미국인 메간 마클의 소식이 오랫동안 세계의 미디어에서 그들의 소식이 떠날 날이 없었습니다. 그녀의 화려한 결혼식을 방송국마다 실시간으로 중계해 주면서 축하해 주었습니다. 얼마전 그녀가 첫 아기를 임신하고 사내아이를 출산하자 세계의 수많은 이들이 아이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지을까 궁금해 하였습니다. 이들 두 부부는 영국왕실의 전통을 벗어난 “아치 해리슨”이라는 다소 생소한 “로얄 베이비”의 이름을 지어 그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모든 세상의 스팟 라이트를 받은 영국왕실의 아기탄생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게 만왕의 왕, 예수의 탄생은 너무도 은밀하게 그리고 숨죽일 듯 적막한 가운데 이루어 졌습니다. 온 세상의 구주인 “로열 베이비”는 연약하기 짝이 없던 단지 어린 소녀 마리아, 그녀의 순결한 자궁을 빌려 하나님의 아들, 평화의 왕 예수께서 이 땅에 탄생하였습니다. 동정녀 마리아, 당시 십대의 어린소녀였을 그녀에게 천사 가브리엘은 이제 탄생할 아기의 이름은 임마누엘, 곧 예수가 될 것이라 말씀해 줍니다.(눅1:31) 이같은 엄청난 소식을 전한 천사앞에 도저히 진정할 수 없는 떨리는 가슴으로 이같이 대답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How can this be?) “저는 단지 어린 소녀에 불과합니다.” (since I am a virgin) 그녀의 맘속에 찾아온 의문을 누룰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당시 유대사회에선 아침마다 드리는 기도문조차 “여인”으로 태어나지 않음을 축복으로 여기는 지극히 편견적인 세계였음을 감안할 때, 그것도 어린 소녀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랬습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역사는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irony)요 세상을 향한 역설이었습니다. 만왕의 왕, 예수는 어린 소녀의 몸을 통해, 후미진 여관의 마굿간의 말구유안에 태어났습니다. 그를 축하한 것은 마굿간의 육축과 가난한 목동들과, 먼 이방으로부터 찾아온 박사들과, 고요한 밤하늘에 나타나 왕의 탄생을 알렸던 천상의 천사들뿐이 었습니다.

이같이 자신안에 잉태된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며 마리아는 믿음의 찬가를 지어 이렇게 노래하였습니다 (눅146-55): “내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주를 기뻐합니다.” “비천한 자를 주님이 돌아보셨도다.” “낮은 자를 높이시고 높은 자를 내리치셨도다.” “주린 자를 배불리시고 부자는 빈 손으로 내보내셨도다!” 이 “마리아의 찬가”(the Magnificat)에 깊은 영감을 받은 독일 나찌정권에 의해 순교당한 본훼퍼목사님은 이 시를 가리켜 “가장 열정적이며, 거칠고 심지어 혁명적인 찬송”이라고 칭하였습니다. 이 땅에 예수님이 오심으로 이뤄진 사건은 바로 역사의 엎사이드 다운이요, 인사이드 아웃이 이루어지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낮은 자는 높아지고, 높은 자는 낮아지는 사건. 감추인 모든 것이 백주에 드러나듯 속에 것이 폭로되고 새로워지는 역사가 지금도 예수안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것은 여전히 세상속에서 고요하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이같은 “하나님의 거룩한 음모”(Divine Conspiracy)인 것입니다. 이 거룩한 역사의 한 중심에 어린 소녀, 동정녀 마리아의 고백은 우리와 같이 평범한 이들의 고백이라 생각됩니다. “주님의 엄청난 일을 감당하기에는 저는 단지 어린 소녀일 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역사는 언제나 아이러니요 역설적입니다. “겸손한 자가 큰 자가 되리라”는 말은 빈말 아니었습니다. 가난한 것이 오히려 부요한 것임을 예수님 때문에 알게 되었습니다. 천한 자를 한 없이 높여주시는 은혜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무너지고 깨어졌던 자존감이 더욱 견고한 자신감과 감사의 맘으로 바꿔주셨습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역사는 눈에 보이지도, 귀에 들리지도, 혹은 세상의 메스컴에 대서특필되는 것도 아니지만, 여전히 고요하고 적막한 밤 하늘아래 마치 온 세상에 이슬이 내리듯 주님은 우리곁에 가까이 찾아오십니다. 만왕의 왕이 탄생한 그 거룩한 밤처럼 말입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주 예수 나신 밤,…천군 천사 나타나 기뻐 경배하였네. 왕이 나셨도다, 왕이 나셨도다!” 모든 분들에게 성탄의 기쁜 소식을 함께 전합니다. Merry Christmas!(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