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하늘 담은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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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 (선한 이웃 교회 담임/ 미 육군 군목)

이제 곧 추석명절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을 수 있을까하는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미국에 살면서 전통명절을 잊고 산지 오래되었지만, 추석명절의 그리운 추억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오랜 시간동안 차안에서 갇혀 멀미와 싸우며도, 고향땅에 발을 딛는 순간 씻은 듯 찾아오는 고향땅의 포근함과 흙내음은 잊혀질 수 없는 아련한 그림움입니다. 연백에 고향을 둔 실향민이었던 어머님은 돌아 갈 수 없는 고향땅을 생각하며 평생 그리움에 눈물짓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오히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성경에 보니 본향을 등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가인의 형제인 아벨부터 시작하여 노아, 아브라함, 사라, 이삭, 야곱,… 이 모든이들은 본향을 등지고 이 땅에서 외국인과 나그네 처럼 살아갔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일부러 고향을 등진 이유는 무엇였을까요? 그것은 다름아닌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였기 때문였습니다. 그 본향은 하나님께서 그들을위해 친히 준비해주신 하늘의 본향이었던 것입니다. (히11:13-16)

제가 사랑하는 목사님이 목회하는 교회의 이름이 “하늘 담은 교회” 입니다. 참 아름다운 교회명 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성도란, 바로 그 영혼속에 하늘을 담고 살아가는 존재라 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성도를 가르켜 하늘의 시민이요, 땅에 속한 자가 아닌 하늘에 속한 자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같이 가슴에 하늘을 담고 사는 성도들은 믿음으로 이 세상의 시험과 도전을 이겨나갑니다.  그 믿음을 통해 “담대함” 과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믿음이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며,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 (Faith is “confidence” in what we hope for and “assurance” about what we do not see) 라는 사실입니다. 어떤 환경속에서도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의지하며, 하나님만이 우리 인생에 상주시는 이심을 믿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같은 믿음의 삶은 우리의 인생의 푯대를 이 세상에 맞추며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또한 인생의 목적지를 이 땅의 본향에 두지 않고, 우리로 하여금 하늘을 향하여 살도록 도전합니다. 예수님의 제자였던 사도 바울은 이같은 삶을 가르켜 “‘하늘을 향하여’ 사는 삶” (Living “Heavenward”) 이라 소개해 줍니다. (빌3:14) 바울은 성도의 삶을 세속의 사람들과 비교하여 이렇게 교훈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마침(destiny)은 멸망이요, 그들의 신은 배요, 그 영광은 그들의 부끄러움에 있고, 땅의 일을 생각하는 자라.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 거기로부터 구원하는 자 곧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노니.” (빌 3:18,19)

그렇습니다 ‘무엇을 가슴에 담고 사는 가’, ‘무엇을 향해 걸어가는 가’라는 질문은 그로인해 인생에 생명과 죽음을 가르는 일이요, 영원한 축복과 저주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이 땅에서 가난하고 굶주려도, 낮고 천하여도, 성도안에 풍요와 감사가 있는 이유는 바로 그 가슴에 하늘을 담고 살기 때문입니다. 매일 매일 하늘을 향해 걸어가는 삶 (walking heavenward) 이야말로 영원한 본향을 향해 살아가는 성도의 삶인 것입니다. 그같은 삶은 마치 흔들리는 기차안에서도, 끝없이 정체되는 되는 고속버스속에서도, 이미 고향하늘을 가슴에 품고 고향땅을 향해 출발한 명절날의 사람들과 흡사합니다. 그러기에 그 긴 여정도 가족과 친지들을 만날 부푼 기대와 행복감에 지칠줄 모르고 그저 잠깐의 순간처럼 여기게 됩니다. 하늘의 본향을 향한 순례자의 여정도 이와 같습니다. 비록 이땅의 본향을 등지고 이방인과 나그네처럼 살아가지만,  성도들은 언제나 하늘의 더 나은 본향을 그리워하며 순례자로 살아갑니다. 그 새로운 본향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주님이 친히 준비한 하늘의 도성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우리 하나님이 이 새로운 도성에 “설계자”요 “건축가”라는 사실입니다. 어찌 이것이 황홀하고 놀라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For he was looking forward to the city with foundations, whose “architect” and “builder” is God.) –히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