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헤롯, 반면교사

1375

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야고보를 죽이고 베드로를 죽이려했던 헤롯 아그립바 1세는 인생이 잘 풀린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어릴 적 로마 황실에서 황제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합니다. 이때 중요한 인맥을 쌓게 됩니다. 그 첫번째 인물이 로마의 3대 황제인 칼리굴라 입니다. 칼리굴라는 친구인 헤롯을 갈릴리 지역의 분봉왕으로 임명합니다. 칼리굴라는 헤롯을 유대인의 영웅으로 만들어놓기도 했습니다. 정신 질환으로 기행을 일삼던 칼리굴라는 자신의 동상을 예루살렘 성전에 세우라고 명령합니다. 이때 헤롯이 황제를 설득해보겠다고 자청해서 로마로 떠난 겁니다. 그러자 유대인들은 헤롯을 영웅처럼 대접했습니다. 헤롯이 로마에 도착하기 전 칼리굴라는 암살을 당하고, 헤롯은 아무 일 안 하고도 유대인의 영웅이 될 수 있었습니다. 로마에 머무는 동안 헤롯은 킹 메이커로 일합니다. 글라우디오를 다음 황제로 세우기 위해 원로원 멤버들을 일일히 만나 설득한 겁니다. 그 결과 글라우디오가 황제에 오릅니다. 글라우디오는 고마움의 표시로 헤롯의 통치 영역을 최대한 넓혀주었습니다. 기존 통치 지역인 갈릴리에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이두메와 베레아 지역까지 더해 준겁니다. 할아버지 헤롯 대왕이 다스리던 땅 보다 훨씬 더 넓은 영토를 손자 헤롯이 다스리게 된 겁니다. 이처럼 그의 삶은 형통했습니다.

그 형통한 삶이 헤롯에게 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헤롯은 자기가 맘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심지어 유대교와 교회까지도 자신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었고 또 그렇게 행동했습니다. 왕위에 있던 3년 동안 대제사장을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3번이나 교체했고, 유대인들의 환심을 사려고 그들이 눈엣 가시처럼 여기는 교회를 핍박했습니다. 하나님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교만해진 겁니다.

헤롯의 박해로 위기에 빠진 초대 교회 성도들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선 성도들의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헤롯이 가장 교만할 때 심판하신 겁니다.

헤롯이 통치하는 땅에 근접한 두로와 시돈이 헤롯의 교만한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그러자 크게 분노한 헤롯은 당장 두로와 시돈의 목줄인 곡물 거래를 끊어버립니다. 식량 공급선이 끊어지자 다급해진 두로와 시돈은 사신들을 보내 어떻게든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노력끝에 사신들은 헤롯이 가장 신뢰하는 신하를 구워 삶을 수 있었습니다. 신하는 왕의 마음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며칠 후면 헤롯이 백성들 앞에서 연설을 할텐데 그때 왕의 교만한 마음에 들도록 행동하라는 겁니다. 그날이 되었습니다. 헤롯은 은실로 짠 옷을 입고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신 자태로 연단에 올라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두로와 시돈에서 온 사신들이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사람의 소리가 아니요 신의 소리다.” 우쭐해진 헤롯은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지 않고 자신이 누리고 맙니다. 바로 그때 하나님께서 헤롯을 치셨고, 그 자리에서 쓰러진 헤롯은5일만에 죽고 말았습니다.

하나님께서 헤롯을 심판하신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이미 설명드린대로 삶의 형통함을 틈타 헤롯의 마음에 자리잡은 교만이 첫번째 이유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의 핏값으로 세우신 교회에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헤롯을 제거하셨을 때 교회에 일어난 일을 사도행전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흥왕하여 더하더라.”

“내” 교만 때문에 섬기는 교회의 성장이 정체돼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당장 말씀과 기도의 칼을 가지고 영적 수술대 위에 올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