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휴고(Hugo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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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 감독상 수상 소감 때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경의를 표했다. 대학 시절 스콜세지의 영화를 보면서 감독의 꿈을 키웠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그의 말을 가슴에 새겼다며 진심을 전해 70대 노장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그의 영화 ‘아이리시 맨’은 작품상 포함 오스카 10개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단 한개도 수상을 하지 못했다. 스콜세지는 “굿펠라스”, “카지노”, ”갱스 오브 뉴욕”,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등 주로 폭력이 난무하거나 스케일이 큰 작품들을 만들었다. 그의 영화중에 촬영과 음악이 곱고 환상적이며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명작을 소개한다.

1931년, 파리의 기차역. 승객들로 붐비는 바쁜 대합실에 커다란 벽시계가 붙어 있다. 시계가 붙어있는 벽의 안 쪽에는 맞물려 돌아가는 온갖 부속들, 사다리, 좁은 통로, 공구들이 복잡하게 미로를 이루고 있다. 이 비밀 공간이 고아 소년 ‘휴고’가 사는 곳이다. 휴고는 시계공인 아버지와 살았다.  아버지는 영화를 좋아해서 휴고를 데리고 자주 영화관에 갔다. 아버지는 박물관에서 발견한 고장난 ‘오토마톤’(태엽을 감아서 움직이는 로봇 인형)을 수리하는 중이었는데 화재로 사망한다. 휴고는 삼촌에게 맡겨진다. 술주정뱅이 삼촌도 시계 수리공인데 기차역의 거대한 벽시계를 돌본다. 삼촌은 휴고에게 일을 가르쳐주고 사라진다. 휴고는 고아원에 가지 않기위해 대합실의 벽 사이에서 혼자 살아간다. 시계를 점검하고 빵을 훔쳐 먹으며 ‘오토마톤’을 살리려고 애를 쓴다. 아버지가 남긴 ‘오토마톤’에 대한 노트를 보면서 조금씩 고쳐 나간다.  휴고는 기차역 장난감 가게에서 부속품을 훔치다가 주인 할아버지  ’조르쥬 멜리에스’에게 붙잡힌다. 멜리에스는 ‘오토마톤’의 그림과 설명이 적힌 휴고의 노트를 보고 착잡한 표정을 짓는다. 휴고의 손재주를 알아 본 멜리에스는 그에게 장난감 고치는 일을  맡긴다. 휴고는 멜리에스 부부와 사는 소녀 ‘이자벨’과도 친해진다.  ‘오토마톤’의 수리가 끝나고 이자벨의 하트 목걸이가 ‘오토마톤’의 태엽을 감는 열쇠가 된다. 마침내 ‘오토마톤’이 움직이고 종이에 무엇인가를 그린다. 완성된 그림은 휴고가 아버지와 같이 본 영화 “달로의 여행(Voyage to the Moon)”의 장면이고 싸인은 ‘조르쥬 멜리에스’로 되어 있다.  그림을 본 멜리에스의 아내 ‘쟌느’는 남편에게 숨기려고 하고 아이들은 그의 방에서 비밀 상자를 발견한다. 실수로 상자가 열리고 그 속에 숨겨있던 환상적인 사진과 그림, 스케치들이 쏟아진다. 전부 무성 영화의 거장 ‘조르쥬 멜리에스’ 의 작품들이다. 휴고와 이자벨은 멜리에스에 관한 자료들을 찾다가 ‘르네 타바르’라는 작가가 멜리에스가 전쟁 중에 죽었다고 쓴 것을 발견한다. 타바르를 만난 아이들은 멜리에스가 아직 살아있음을 밝힌다. 타바르는 멜리에스의 열렬한 팬이고 “달로의 여행” 사본이 있다. 세 사람은 멜리에스의 집에서 부인 쟌느와 함께 “달로의 여행”을 다시 본다. 영화 속에 젊은 쟌느가 있다. 멜리에스는 자신의 삶과 영화에 대한 얘기를 들려준다. 그는 마술사였다가 영화를 사랑해서 전문 스튜디오를 차리고 많은 영화들을 만들었다. 무한한 상상력, 기발한 아이디어로 특수 효과를 시도하고 손으로 색채도 입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전쟁이 일어나자 사람들이 자신의 영화를 잊었다고 생각해 필름들을 없애고 절망에 빠져 살았다. 자기가 만든 ‘오토마톤’도 잃어버린 줄 알았다. 휴고는 멜리에스에게 ‘오토마톤’을 돌려준다.

타바르의 주선으로 멜리에스의 영화를 기리는 행사가 열리고80여편의 영화가 복구, 재생된다. 멜리에스는 인사말에서 휴고의 집념과 용기에 감사를 표한다. 관객들은 멜리에스와 함께 그의  꿈속으로 여행을 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물같은 작품이다. 환상적인 모험과 감동, 탁월한 연출력과 뛰어난 스토리가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  “세상이 하나의 큰 기계라고 가정하면, 쓸모없는 부품은 한개도 없어. 기계는 언제나 꼭 필요한 부품들로 이루어졌으니까. 나도 세상에 존재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거야.” 고아 소년의 독백이 가슴을 싸하게 만든다.  완벽하게 재현된 1930년대 파리 모습이 유려하고 낭만적이다. ‘조르쥬 멜리에스’의 영화들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특히 사람들을 태운 우주선이 대포에서 발사되고 달의 한 쪽 눈에  박히는 그 유명한 “달로의 여행”은  감탄스럽다.

아카데미 11개 부문 후보작이었고 촬영상 포함 5개 부문 수상작이다.  세상이 어수선한 요즈음 꿈과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