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흰소, 붉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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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형 은퇴목사

금년은 신축년, 60년에 한번 오는 흰소의 해다. 소는 우리 민족과 특별히 친밀하다. 농사 짓는 인류와 함께해 온 소라 농사가 삶의 근본이던 우리에게 소는 삶과 직결되어 있다. 소의 성격이 우리와 닮은 점이 있어 더욱 그러하다. 소는 꾸준하다. 시간을 나누는 간지에 넣을 동물의 순서를 정하고자 경주를 시켰더니 소는 느리기에 일찍 출발하여 결승점에 먼저 도착하였는데 그 뿔에 매달려 온 쥐가 뛰어 내리며 “내가 1등”이라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소는 논과 밭의 일, 짐을 나르는 일을 하기에 가족의 하나로 생각되어 생구라 부르고 꿈의 살찐 소는 풍년, 파린 소는 흉년을 말하기에 사람이 음식을 먹듯이 소에게도 여물을 잘 먹인다. 소는 유순하여 어린이의 말도 잘 듣기에 여름철 소를 먹이고자 풀이 있는 산에 가서 놓아두고 친구들과 놀다가 오후에 배불리 풀을 먹은 소를 찾아 집으로 돌아온다. 때로 소를 찾지 못하면 동민들이 등불을 들고 찾아나서기도 했다. 소는 재산 목록 1호가 될 정도로 귀하고 값진 것이라 땅을 사거나 학비로 목돈이 필요할 때 사용되기에 한 때 상아탑 대학을 우골탑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이중섭 화가의 흰 소 (1954)는 미술평론가 모임에서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그림이 되었다. 깨끗함, 기백, 역동감과 진취성, 범접하지 못할 위엄 등이 백의민족의 삶과 기상을 닮은 것이다. 소는 하품 외에는 버릴 것이 없다고 하듯이 모든 것을 내어준다.

성경은 공백이 아니라 인간상황에 주어지기에 그때나 오늘이나 같은 사람이라 성경에 소가 많이 나온다. 농사와 운반으로 열심히 일하는 소는 하나님의 한 모습이다. 하나님을 둘러싼 그룹천사의 사면 얼굴의 하나가 소로 나타나고 예수님의 삶과 사역을 말하는 4복음의 마가복음은 쉴틈 없이 일을 하는 소의 모습이다. 소는 재산이고 정결한 동물이라 고기와 젖은 양식이 된다.

소는 사람을 정결하게 하는 제물로 사용된다. 사람은 허물과 죄로 부정하여 거룩한 하나님을 대할 수가 없기에 하나님 앞에 서려면 정결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신에게 기도하기 전 정화수로 몸을 씻는 관습이 있다. 죄의 결과는 죽음이라 누군가 대신 죽음으로만 죽음을 면하기에 소나 양 염소 등을 사용한다. 생명이 피에 있기에 피를 대신 흘림으로 죽을 자를 살게 하고 피 이외의 나머지 부분은 불에 태우든지 또는 음식으로 나누고 잔치를 한다. 집을 나간 아들이 돌아온 때 소를 잡아 잔치한 것은 죽었던 생명이 살아온 것을 기뻐함이다. 사체와 접촉하여 부정하게 된 자가 정결하게 되려면 멍에 메지 않고 새끼를 낳지 않은 붉은 암송아지를 성밖에서 잡아 전체를 불태우고 그 재를 섞은 물을 부정한 자에게 뿌린다. 하나의 의식이지만 이는 예수께서 성밖 십자가에서 죄인 대신 죽어 흘린 그의 피를 믿고 받아드리면 누구나 용서와 정결함을 입고 하나님과 친밀하게 됨을 보여준다.

2021년 정결한 흰소의 해에 붉은 소 예수의 피로 씻음 받고 굽힐 줄 모르는 기백으로 풍성한 나날을 누리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