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히네니”(Hine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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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 (선한 이웃 교회 담임/ 미 육군 군목)

“아브라함은 시험을 받을 때에 믿음으로 이삭을 드렸으니 그는 약속들을 받은 자로되 그 외아들을 드렸느니라.” – 히브리서 11:17

“웃음”이라는 이름 뜻을 가진 아들, 이삭으로 인한 아브라함의 노년은 늘 행복의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자신의 대를 이어줄 아들을 두게 되었다는 안도감이 아들을 처다볼 때마다 맘속에 찾아 왔습니다. 뿐만아니라 이삭의 탄생으로 인해 남모를 오랜 죄책감에 벗어난 아내 사라와 더불어 그의 가정은 평안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그 행복을 시기라도 하셨던 것일까요, 하나님은 독생자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고 아브라함에게 명령하십니다. 분명 그것은 시험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험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하고 잔인한 것이 었습니다. 이젠100세를 훌쩍 넘긴 여생이 얼마남지 않은 노인에게 하나님은 시험하고 계신 것입니다. 참으로 인생의 시험은 죽는 순간까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 그랬을까요? 여름만 되면 위스컨신의 포트 멕코이에서 보름간의 큰 군사훈련을 합니다. 훈련의 최종 삼일간은 부대마다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전쟁에 나갈만큼 준비가 되어 있는 부대인 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실재 전쟁터의 모습을 담은 시가지의 모형건물도 만들어 놓고, 그곳에 숨은 적군들과의 교전을 치루게 됩니다. 야전병원에서는 손 발이 잘려나간 실재같은 모형의 부상병들이 피를 흘리며 병상에 누워있습니다. 병원의 막사를 흔드는 헬리콥터의 엄청난 굉음과 함께 그곳에서 부상병들이 끊임없이 옮겨집니다. 시험은 리얼합니다. 리얼한 만큼 전쟁에 승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말년을 맞은 아브라함이 겪은 시험은 참으로 리얼한 것이 었습니다. 그 아브라함의 시험은 무엇 때문였을까요? 그의 치열한 인생의 마지막 전쟁터는 무엇였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죽음”이라는 모든 인생이 맞이해야할 종착지에 대한 시험이며, 전쟁터라 생각해 봅니다. 그가 맞이할 죽음앞에선 지금껏 행복이 되어준 아들 이삭보다도 그같은 행복의 선물을 주신 전자하신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자신의 대를 이어줄 아들에게 안정을 찾기보단, 죽음의 깊은 심연을 함께 건널 영원한 하나님의 품을 의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도서의 말씀처럼 삶이란 모을 때가 있고, 모은 것을 던질 때가 있고; 품을 때가 있고, 멀리할 때가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과의 영원한 동행을 바라보며 우리는 끊임없이 내려놓는 삶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죽음은 내가 지금껏 그토록 붙잡고 의지하는 것들의 허망함을 일깨워 주는 순간이 됩니다. 그 깊고 외로운 심연의 강을 건널 때 누구도 함께하지 못함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인생의 시험의 끝은 바로 그 깊은 심연의 세계를 함께 걸어갈 하나님만을 바라보도록 만드시는 과정이라 생각됩니다. 코로나 사태로 큰 홍역을 치른 뉴욕시의 많은 의료인들이 큰 정신적 투라우마를 겪으며 힘들어 한다는 말을 들었다. 죽음의 문턱앞에서 가족도 없이 외롭고 쓸쓸히 죽어가는 병상에 누운 수많은 환자들을 지켜 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가까운 주변에도 연로하신 부모를 중환자실에 보내놓고 병원을 출입할 수가 없어 부모의 마지막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장례를 치러야하는 가슴아픈 형편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안타까움에 우리가 발을 동동 구른다 하여도, 죽음앞에서 맞이하는 인생의 고독함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엄숙한 실재요 현실임 (honest reality)을 깨닫게 됩니다. 백발의 노령인 아브라함을 찾아 그의 마지막 시험을 위해 부르시는 하나님앞을 향해 아브라함은 이같이 담담히 대답합니다, “제가 여기 있나이다!” 히브리어로 “히네니”라는 이 아브라함의 결연한 대답을 통해 순종의 뜻을 가르쳐 주는 수많은 랍비들과 설교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히네니”를 가르켜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음을 봅니다: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Here I am), “언제든 준비되어 있습니다” (I am ready), “주님만 온전히 바라봅니다.” (I am Absolutely focused on you) 모두가 하나님을 향한 신뢰와 순종의 대답들 입니다. 전도서에 “슬기로운 사람은 죽음을 생각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한순간의 즐거움만을 생각한다” 는 말씀이 있습니다. (7:4) 죽음을 생각하며 인생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지혜로운 사람들일 것입니다. 우리도 인생의 마지막 시험앞에서 주를 향해 아브라함처럼 담담히 “히네니!”라는 신앙고백을 드릴 수 있는 성도가 되길 소망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