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38년의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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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권 목사/크로스포인트교회 담임

“가거라 38선”이라는 오래된 대중가요가 한번 신나게 불러보고 푼 생각이 불현듯이 스칩니다. ‘아 아 산이 막혀 못 오시나요 아 아~ 물이 막혀 못 오시나요’.. 우리의 아픈 역사를 애절하게 부르는 구슬픈 가사입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북위 38도를 경계로 미국과 소련이 서로 대치하다가 6.25 전쟁으로 진격과 후퇴를 거쳐 38선 부근에서 곡선으로 휴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그래서 38선은, 땅 뿐 아니라 사람과 이념까지도 갈라놓은 민족의 경계선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38년이라는 한 맺힌 기간이 있습니다. 400년 넘는 애굽생활을 마감하는 유월절, 밤중의 외침을 들으며 애굽을 빠져나온 백성들은 홍해바닥 길을 가로질러 건너고 곧 뒤쫓는 바로의 군대를 수장시키는 믿기 어려운 기적을 목격했습니다.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가는 최단거리 열 하룻길을 두고 38년을 광야에서 헤맸습니다. 불순종의 댓가라고는 하지만, 세대를 넘어 자자손손 대대로 마음에 새기는 혹독하고 무서운 훈련 이였습니다. 사막에 텐트를 치고, 하늘에서 내리는 만나와 메추라기 외에 식량은 해결 할 길이 없고, 지글 거리는 뙤약볕 가리게, 갑자기 내려가는 밤 온도를 해결하는 ‘히팅 시스템’ 까지 오로지 하나님을 의지 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38년 된 불치병자가 예루살렘 양문 곁 베데스다라는 못 가에 많은 환우들과 함께 누어 물이 출렁거리기를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연못에는 ‘가끔 천사가 내려와 물을 출렁일 때 제일 먼저 못에 뛰어 들어가는 한 사람은 완치 된다.’는 근거 없는 전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어느 날 38년 된 병자가 누워 있는 못을 방문하시고 그에게 ‘네가 낫고 자 하느냐?’ 묻자 환자는 Yes, 혹은 No. 대신, ‘주여 물이 동할 때에 나를 못에 넣어 줄 사람이 없어 …….’고 장황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때 예수께서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라고 말씀하시자 38년 된 불치병자가 즉시 일어나 자리를 들고 걸어갔다는 요한복음의 3번째 이적의 말씀입니다.

38년 된 불치병자는 죄인들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니다.  군중 속에 있지만 외롭고 고독하고 절망적인,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모두 같은 처지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예수께서 그날 하필 38년 된 병자를 찾아가서 ‘네가 낫고 자 하느냐?’ 물의셨습니다.  환자의 간절함을 미리 아셨기 때문 일 것입니다.  예수의 이 질문은 첫째, ‘네가’ 하는 개인적인 질문입니다.  많은 병자들 중 개인 ‘그 사람, 38년 된 병자’에게 물으셨습니다. 구원은 이렇게 개인적인 것입니다.  둘째, ‘낫고 자’는 자신이 불치의 병에 걸린 환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구원은 자신이 죄인인 것을 인정하고 회개하는 사람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셋째, ‘원 하느냐? ‘는 질문은 그 사람의 의지를 묻는 질문이면서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메시아임을 믿느냐는 믿음을 시험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메시야가 너의 병을 고쳐 주실 하나님이심을 믿느냐?’는 물음입니다.

38년 된 불치병 환자가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한마디 말씀에 ‘즉시 일어나서 누었던 자기의 침상을 들고 걸어갔습니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구원 문제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믿는 순간 즉시 완전히 죄에서 해방 됩니다. 누어만 있던 불치병 환자가 일어나 자기 침상을 들고 걸어가는 확실한 변화입니다. 우리 모두 이런 변화의 체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