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6월의 기도

1237

이상기 목사 (선한 이웃 교회 담임/ 미 육군 군목)

한경직 목사께서 살아계실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었답니다. “우리는 씨를 뿌려야합니다. 이 세대가 거두지 못한다면 그 다음세대에거둘 수 있도록 계속해서 씨를 뿌려야 합니다.” 그가 가족들을 위해 남긴 유언의 말에도, “이 세상을 살아갈 때 좋은 씨를 많이 뿌려라”“물위에 떡을 던져라”는 성경의 말씀처럼 이웃을 위해 “사랑을 던져라”는 말을 남기었습니다. 엊그제엔 한동대 초대 총장을 지냈던 김영길 박사의 죽음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배워서 남주자”라는 슬로건으로 신앙과 배움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재를 키워왔던 한 시대의 스승을 잃고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게됩니다.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던 위대했던 선배들의 시대가 지나가고, 이제 그 막중한 책임을 다음 세대가 감대해야할일들이 정치, 종교, 교육 모든 분야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는듯 합니다. 잿더미속에 빠졌던 민족의 운명을 재건하고 자랑스런 조국의 모습을 이룩한 위대한 세대들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가난과 박해속에서도 순교의 정신으로 교회를 세우며 하나님과 이웃사랑을 불태웠던 신앙의 개척자들도 이제 그 바톤을 다음세대에 넘겨주었습니다. 언어와 문화의 힘겨운 장벽을 넘으며 이방땅에서 자녀교육과 신앙, 그리고 공동체의 복지를 위한 터전을 마련해 왔던 우리들의 이민 일세대도 이제 막을 내리고 다음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성경에서도 이같은 한 세대의 종결과 새 세대의 출현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스승 엘리야와 그를 따랐던 엘리사 선지자의 이야기는 영적 거장이 걸었던 길을 다음 세대에 전해주는 세대교체의 아름다운 이야기중 하나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엘리야 선지자의 신비한 삶의 종말입니다. 그의 마지막 순간은 홀연히 회오리바람에 들려 불말들이 끄는 불병거에 태워져 하늘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 성경의 이야기는 한 선지자의 죽음에 대한 비범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그 어떤 위대한 인물도 역사의 무대에서 홀연히 사라질 날이 온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합니다.한 때 큰 이름을 가졌던 어느 유명한 목사님 한분이 암에 걸리시고나서 오히려 암환자들을 위로하며 설교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그 목사님이 처음엔 이렇게 물었답니다: “왜 하필 접니까?” 그런데 하나님이 이같이 대답하시는 것 같았답니다:“왜 너는 안돼!” 그렇습니다. 명쾌한 대답이요, 또한큰 깨달음을 줍니다. 한 때 위대한 지도자도, 영적 거장들도 홀연히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앞으로 부름받아 떠나는 스승 엘리야에게서제자인 엘리사가 간절히 요청했던 기도는 사회 전반에서 세대교체를 경험하는 우리들의 시대에 꼭 필요한 지혜를 안겨줍니다. 그의 소원은 “당신안에 역사하는 성령의 능력을 저에게 두배나 더하게 해주소서!” (왕하 2:9, 의역)라는 요청였습니다. 엘리사는 스승과의 마지막 작별에 이르기까지 그와 함께 길갈에서, 벧엘에서, 여리고와 요단강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스승과 함께 이같은 도시를 걸으며 선조들이 겪어왔던 생생한 역사체험을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긴긴 광야생활을 끝내고 약속의 땅에 들어와 만난 첫도시, 길갈에 이르러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을 조상들, 돌베게를 베고자야 했지만 거친광야길이 곧 “하늘에 이르는 집” 벧엘이라 고백했던 선조, 어떠한 삶의난공불락과 같은여리고 성앞에서도 순종으로 살았던 선진들,  그리고 오직 믿음으로요단을 건너며 승리의 함성을 외쳤을 선조들의 음성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곧엘리야와 엘리사의 세대교체에 있었던 특이한 사건은 다름아닌 역사에 대한 회상, 곧 역사를 상기(想起)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6.25 참전용사들의 사진이 며칠전 한국일보 신문에 게재된 것을 보았습니다. 패여진 주름만큼이나 그분들의 연세를 가름할 수 있었지만,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고귀한 희생과 열정은 아직도 식어지지 않는 나라사랑의 큰 가슴을 품고 꼿꼿이 서 계신듯 보였습니다.  새로운 세대로 교체되어지는 사회전반에 “선조들의 가슴속에 품었던 열정과 그 사랑의 영성”이 다음 세대의 가슴속에서 배가 되어지는 하나님의 역사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됩니다. 우리의 민족과 교회의 역사속에, 그리고 우리 이민자의 삶속에함께하시며 위대한 일을 이루셨던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금 새롭게 상기해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더 큰 일을 우리의 다음세대를 통해 이뤄가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음으로 소망해야 하겠습니다. 특별히 동족상잔의 뼈저린 아픔을 겪었던 6월을 보내며 두손 모아 나라와 민족 그리고 교회를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