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주의 ‘구두수선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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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곤 사장 인터뷰

대략 하루에 9천보씩을 걷게되면 짧은 시간 안에 새 구두가 닳게된다고 한다.

캔사스주에 거주하는 고원곤씨는 이런 구두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직업을 천직이라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이른바 Acme Shoe Rebuilders라는 상호로 구두수선 공장을 운영해 온지 어연 40여 년에 이르고 있는 ‘장인’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

45년 전 미주리주 캔사스시티로 이민 온 후 자동차 바디샵에서 일을 시작해 매니저까지 승진했다. 바디샵을 직접 운영도 해보았으나 부족했던 영어로 말미암아 전업을 택하게 된 것.

친구의 권유로 구두 수선업을 정하고 6개월동안 열심히 견습공으로 비지땀을 흘렸다.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구두 수선 가게를 시작했다.

그 후 손님으로부터 좋은 구두수선 스토어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그는 레븐월스(Leavenworth) 지역의  애크미(Acme) 가게를 인수했다.

그는 “내 영어실력이 안 좋아 자동차 바디샵에서 일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 동료들이 내 정비 도구를 감추는 등 날 깔보고 우습게 보았다. 실망해 옆방으로 가서 울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레븐월스에 구두 수선공장을 운영하면서 매일 매일 즐겁게 고객을 맞고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처음 가게를 인수했을 때 동네 유지들의 격려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100년이 넘은 빌딩에서 사업에 꼭 성공하라던가 수선을 해간 손님들의 입소문 덕분에  손재주가 좋아 무슨 구두이건 말짱하게 고쳐서 신을 수 있다는 말이 온 동네에 퍼지게 됐다.

고객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고 수선된 구두에 만족하는 주민들은 그에게 항상 감사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그 후 지역 콜드웰 뱅커 부동산업체로부터 ‘금주의 시민상’(Citizen of the week award)을 수여받기도 했다. 건물 내에서 항상 열심히 신발을 고치며 분주하게 구두 수선공장을 누비는 그의 모습은 아시안 이민자의 좋은 ‘롤 모델’이 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는 “구두는 손질을 마치면 완전히 새 것처럼 보이죠”라며 아주 까다로운 고객도 새로 나온 신발을 보면 “완벽합니다. 정말 좋아요”라며 웃곤 한다고 자랑한다.

고씨가 하는 일이 닳은 가죽 구두의 밑창만 가는 것은 아니다. 겨울에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미끄러지는 가죽보다 고무 밑창으로 갈아주는 일도 한다.

그 외에도 가죽으로 만든 핸드백, 벨트, 손가방, 안장, 여행용 가방 등을 골고루 수선하기도 한다.이를 위해 다양한 가죽 재료가 재단될  상태로 준비되어 있다.

망가진 지퍼를 고치고 끊어진 가죽 끈을 갈고 벨트에 구멍을 뚫고 흠집 난 가죽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작업 또한 그의 일상 중 하나다.

그는 한가지 조언을 하고싶단다. 여자들이 높은 굽의 구두를 신는 것은 발목에 안좋으니 되도록 낮은 굽의 신발을 신기를 권한다고.

그는 “수선할 구두를 보고 캡과 굽이 어떻게 닳았나를 보면 그 주인이 걸을 때 발바닥 안쪽에 더 힘을 주는지 발 바깥쪽에 힘을 더 주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며 대개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닳는다고 설명했다.

그 중 군화도 많이 수선했다는 고씨는 대개 남자들의 구두를 손 보는데 여자들은 헌 구두는 버리고 새 구두를 사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여자들은 하이힐 뒷굽의 고무 캡을 주로 간다. 여자들은 애용하던 구두를 잘 버리는 것 같은데 5년 전에 수선을 위해 맡긴 높은 굽의 여자 구두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면서 “구두 수선을 맡기고 구두를 찾아가지 않는 여자들은 아마도 새 신발을 샀을 겁니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신발의 기능성은 이미 기원 전 1만 년 전부터 인류에게 잘 알려져 온 터이기에 캔자스주 레븐월스 지역에서 ‘신발의 장인’으로 명성을 쌓은 수선 전문가 고원곤씨가 구두 수선 손님의 발길이 줄어든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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