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유예 연장 소식에도 세입자 ‘불안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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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정부와 지방정부들이 오는 9월 말까지 렌트비 미납에 따른 퇴거 금지 조치를 연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세입자들은 여전히 미래 불확실성과 퇴거 우려에 직면해 있다. [로이터]

입법 지연되면 당장 7월 렌트 내야 재정 부담
퇴거소송 여전히 가능, 건물주도 수입보전 불투명

물류업체에서 일했던 한인 P모(38)씨는 지난해 1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고됐다. 아파트 렌트비를 제때 내지 못한 P씨는 현재 3,000달러 가량 렌트비를 연체하고 있다. 건물주가 대신 퇴거 유예 조치 서류를 작성해 제출했다고 했지만 결과를 듣지 못한 상황. 이번 달로 퇴거 유예 조치가 종료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P씨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보니 무슨 일을 해야 할지도 몰라 가슴만 답답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번 달로 만료 예정인 렌트비 미납에 따른 강제 퇴거를 금지하는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인을 비롯한 캘리포니아주 내 세입자들은 미래 불확실성에 연체에 따른 강제 퇴거로 자칫 보금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23일 LA 타임스가 보도했다.

가주 세입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강제 퇴거를 유예하는 조치를 연장하려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일고 있다. 오는 30일로 효력이 만료되는 세입자 보호법(SB 91)을 오는 9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놓고 개빈 뉴섬 가주지사는 주의회 지도부와 함께 협의 중에 있다고 23일 밝혔다.

LA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도 세입자 퇴거 금지 및 렌트비 납부 유예 조치를 오는 9월 말까지 연장하는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주 세입자들이 강제 퇴거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가주 SB 91의 9월 연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결정 시한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당장 7월 렌트비와 밀렸던 렌트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퇴거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저임금을 받고 있는 세입자들의 경우 경기 회복 속에서도 여전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렌트비 납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세입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성이다. 퇴거 유예 연장 조치로 9월까지 버틴다고 해도 그 이후 밀린 렌트비를 납부해야 하는 현실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주 내에 다양한 형태의 지원 프로그램들이 저소득 세입자들을 돕기 위해 실시되고 있지만 찾아보고 신청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시 또는 카운티 별로 지원책들이 실시되고 있어 혼선을 주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연방정부가 렌트비 지원을 위해 지급한 현금 지원금에 대해서도 뉴섬 주지사는 저소득 세입자들의 밀린 렌트비를 탕감하는 데 100% 사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정착 지원금 지급 조치는 더딘 속도로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퇴거 유예 조치에도 허점이 존재하고 있다. 건물주가 렌트비를 미납한 세입자에게 퇴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입자들이 법적으로 제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법원의 퇴거 명령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어 세입자들의 퇴거 우려는 쉽게 불식되지 못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폴리시링크(PolicyLink)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가주 내 세입자 중 렌트비를 연체한 비율은 12%로 75만8,000여명 정도. 지난해 12월 21% 보다는 떨어진 수치다. 연체된 렌트비는 모두 35억달러로 1인당 평균 4,700달러씩 렌트비가 밀려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장 조치가 지연될 가능성에 대비해 강제 퇴거를 모면하기 위해 신용카드로 렌트비를 일단 납부하려는 세입자도 나타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건물주도 렌트비 미납으로 어려움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소규모 임대업을 운영하는 건물주의 경우 렌트비 미납에 수입은 줄고 비용 지출은 그대로이다 보니 임대 건물 유지에 애를 먹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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