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위챗 금지, ‘애플·카지노 기업’이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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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채팅앱 위챗 금지로 애플과 마카오 내 미국계 카지노 기업이 오히려 큰 타격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연합]

시장 전문가 “위챗 금지로 아이폰 판매 최대 30% 감소할 수도”
마카오 내 미국계 카지노, 중국 고객 감소·사업권마저 잃을 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채팅앱 위챗(웨이신) 금지로 애플사와 마카오 내 미국계 카지노 기업이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위챗 제공업체인 텐센트와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시행 시한은 앞으로 45일이며, 미국 관할권 내 개인 또는 기업에 모두 적용된다.

이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애플의 아이폰 글로벌 판매가 최대 30% 감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애플이 개발하는 신제품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으로 유명한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위챗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은 애플 제품 가운데 아이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애플이 전 세계 앱스토어에서 위챗을 제거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아이폰의 연간 판매량은 25∼3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궈밍치는 “위챗이 중국에서 채팅에서 결제, 디지털 사업, 사교, 뉴스에 이르기까지 각종 기능을 아우르며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됐기 때문에 위챗 금지가 현실화하면 중국 내 애플 제품 판매는 급감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내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 이상이 위챗을 못 쓰게 되면 아이폰 대신 다른 스마트폰을 쓰겠다고 답했다.

궈밍치는 그러나 애플이 미국 앱스토어에서만 위챗을 삭제하는 가장 낙관적인 상황에서는 아이폰 글로벌 판매가 3∼6% 정도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플 주가는 지난 7일 뉴욕증시에서 2.3% 하락했으며, 애플의 공급업체들도 전날 홍콩과 중국 본토 증시에서 주가가 급락했다.

미국 기업의 위챗 사용이 금지되면 마카오의 미국계 카지노 기업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라스베가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카지노 도시로 부상한 마카오는 미국계 카지노 기업들이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시장이다. 그런데 마카오 카지노 매출의 80∼90%를 창출하는 중국 본토 고객을 유치하는 데 있어 위챗은 필수 불가결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카오 컨설팅 기업의 임원인 벤 리는 “도박이 불법인 중국 본토에서 카지노 광고는 금지됐다”며 “이에 카지노 기업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데, 만약 이 채널(위챗)을 이용할 수 없게 되면 미국 기업들은 경쟁업체보다 심각하게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마카오의 6개 카지노 기업 중 윈 리조트,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 라스베이거스 샌즈 등 3곳이 미국 기업이다.

카지노 기업의 법률 고문을 맡았던 카를로스 로보 변호사는 “미국계 기업에 대한 위챗 금지는 멜코, SJM 홀딩스, 갤럭시 등 마카오 내 비 미국계 기업에는 ‘횡재’와 같은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구나 모바일 결제에 익숙한 중국 본토 고객들은 마카오에서도 ‘위챗페이’ 등을 통해 온갖 결제를 한다. 이에 미국 기업의 위챗 사용이 금지되면 중국 고객들이 미국계 카지노를 멀리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미국계 카지노 기업이 직면할 가장 큰 위험은 마카오 내 6개 카지노 기업의 사업권이 2022년 만료된다는 점이다.

만약 미·중 갈등이 더욱 격화할 경우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인해 미국계 카지노 기업이 2022년 마카오 내 카지노 사업권을 연장받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위챗이 어느 정도까지 금지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며, 미국 기업의 중국 내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정도의 행정명령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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