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언 파문 속 빈손 귀국 ‘겹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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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결렬 후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의 JW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한과의 2차 핵담판이 ‘불발’되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이른바 ‘코언 파문’이 불거지며 국내적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대표적 외교적 치적으로 강조해온 북한과의 ‘핵 담판’이 무산되면서 졸지에 겹악재를 맞은 형국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성과를 토대로 내년 11월 대선을 향한 재선가도를 탄탄히 다지려던 재집권 계획에도 부정적 영향이 끼쳐질 가능성이 커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2일 차인 이날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했지만,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은 채 숙소로 돌아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현시점에서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이후 8개월 만에 열린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됐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훈훈한 온기가 돌았던 회담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히 식어버린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둘러싼 ‘간극’이 워낙 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대북제재 해제 문제가 협상의 결정적 걸림돌이 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노이 정상회담 무산은 ‘빈손 귀국’이 불가피해진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커보인다. 미국내 북한 전문가와 주류언론이 일제히 북한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회의론이 팽배한 가운데서도 김 위원장과 관계가 좋고 2차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기대된다고 분위기를 띄웠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체면을 크게 구기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비핵화 성과 없는 그의 귀국은 때 마침 미국 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코언 사태와 맞물리며 상당한 후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2016년 대선 당시만 해도 충복이자 해결사 역할을 하다가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이후 등을 돌린 마이클 코언은 28일 하원 청문회에서 대선 당시의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해킹 사건, 성관계 여성 입막음용 돈 지급 등에 대힌 ‘폭탄 증언’을 해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은 상태다. 특히 폭로전문매체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민주당 이메일 해킹 사건이 러시아 정보 당국과 연계된 해커들의 소행으로 밝혀진 가운데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가 종착점을 향하고 있어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언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이 러시아 측 인사들과 회동한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폭로해 파문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2017년 취임 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직접 담판이라는 전략적 카드마저 물거품이 됨에 따라 내치와 외교 모두에서 타격을 받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비핵화라는 외교성과를 앞세워 2020년 대선을 향한 드라이브에 나서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일단 난항을 겪게 됐다는게 지배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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