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볼, 3루 관중석 어린이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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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벌어진 컵스-애스트로스 경기에서 파울볼에 맞은 어린이가 울고 있다.[AP]

컵스-휴스턴전서···안전 논란 재점화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장에서 어린이가 파울볼에 맞아 병원으로 실려 가는 일이 발생하면서 안전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불상사는 29일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 중 발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4회 컵스 앨버트 알모라 주니어의 타구가 직선으로 파울 라인을 넘어 3루 쪽 관중석으로 날아갔다. 이 공에 여자 어린이가 그대로 맞았다. 어린이가 맞는 것을 목격한 알모라 주니어는 양손을 헬멧 위로 올리고 잠시 3루 관중석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심한 충격에 빠진 듯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파묻고 한동안 일어서질 못했다. 동료 제이슨 헤이워드와 조 매든 감독이 다가와 크게 상심한 알모라 주니어를 위로했다.

알모라 주니어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고, 공수 교대 후 파울볼에 맞은 어린이가 있던 쪽으로 향하다가 감정에 북받쳐 안전요원에게 기대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알모라 주니어는 경기 후 “타석에선 감정을 추슬러야 했지만, 공수 교대 때엔 감정을 자제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어린이 근처에 있던 한 남성이 파울볼 사고 직후 어린이를 껴안고 계단 쪽으로 황급히 뛰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사고 직후 찍힌 AP통신 사진을 바탕으로 어린이가 파울볼에 맞은 뒤에도 의식이 있는 상태였으며 울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휴스턴 구단은 성명을 내고 “파울볼에 맞은 어린이가 병원으로 이송됐다”며 “자세한 상태 등은 지금 현재로선 알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파울볼에 맞은 어린이는 3루 원정팀 더그아웃 지붕 끝까지만 설치된 파울 보호망에서 약 3m 떨어진 곳에 있었다가 사고를 당했다. 메이저리그에선 파울볼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외야 파울 폴까지 그물을 세워 내야 관중을 파울볼의 위협에서 보호하는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파울 보호망이 내야 일부에만 설치된 탓이다. 보호망 설치 범위도 한국과 일본보다 작고, 그물의 높이도 상대적으로 낮다. 미닛 메이드 파크의 경우 원정팀 3루 더그아웃 바깥지점에는 보호망이 없어 관중은 빠르게 날아오는 파울 타구를 피할 길이 없다.

파울볼 사고가 늘면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각 구단에 홈구장 파울 보호망을 확대하라고 권고했지만, 그물을 세우면 관전 시야를 가린다는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아 획기적인 파울볼 대책은 수립되지 않은 형편이다. 2017년 5월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선 한 소년이 내야로 날아온 부러진 배트에 맞기도 했다. 두 달 뒤 같은 장소에선 1루 더그아웃 위 좌석에 앉아 있던 팬이 에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시속 169㎞짜리 파울볼에 맞았다. 그해 9월에도 양키스타디움에서 토드 프레이저가 친 시속 169㎞짜리 파울볼에 3살 어린이 팬이 맞아 병원으로 실려 갔다. 2018년 8월 26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샌디에고 파드리스 경기가 열린 다저스타디움에선 파울볼에 맞은 할머니가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찾지 못하고 숨지기도 했다. 당시 할머니는 파울 그물의 보호 범위보다 약간 벗어난 1루 쪽 좌석에 앉았다가 변을 당했다.

관중이 파울볼에 맞아 숨진 역대 세 번째 불상사인 이 사건은 언론의 무관심 탓에 올해 2월에서야 알려졌다. 컵스 간판타자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이날 경기 직후 “파울볼 사고를 막기 위해 메이저리그가 파울 선상을 따라 보호망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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