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여성의 감정을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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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장성희씨

전세계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시, 단편소설, 체험수기 등을 공모하는 ‘제21회 재외동포문학상’에서 시카고에 사는 50대 여성이 시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장성희씨(54, 사진)가 주인공으로, 장씨는 폐경기에 여성으로서 겪는 힘든 감정들을 담은 ‘달’이라는 제목의 시를 출품했다. 중앙대(영문학/신문방송학)를 졸업한 장씨는 졸업후 경인일보에서 기자로 3년간 근무하다 1989년 겨울 시카고로 이민을 왔다. 팍팍한 이민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매업체, 비영리단체 등에서 일하면서도 습작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그동안 미주 한국일보 문학상(시), 북미기독문인협회 문학상(시) 등에서 입상했으며, 2011년에는 딸 찬미씨의 도움으로 영문으로 번역한 시를 응모해 출판사 비터올린더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다.

장성희씨는 “계속 글을 쓰던 사람으로 열정이 시들해지는 것을 느끼던 찰나에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또 한번 격려를 받은 것 같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나는 갱년기가 사춘기보다 100배 더 힘들만큼 인생에서 큰 고비였다. 당시에 ‘내가 더이상 여자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당시 모든 게 끝나는 것 같았다. 그 모든 감정을 시로 담아냈다”고 이번 수상작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글쓰는 작업은 상당히 고단하고 외롭다. 점점 나이가 들고 미국에서 한국어로 글을 써서 그런지 어디에 당선되도 일회성처럼 끝나버리고 다른 기회로 연결되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영시를 써보기도 하는 등 별 시도를 다 해봤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혀 많이 내려놓게 됐다. 그래도 늘 응원해주는 가족들에게 고맙다. 특히 딸 찬미에게 내 글을 보여주고 생각을 물어보는데 한번도 싫은 내색없이 격려해줘서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장씨는 “이민와서 살면서 내가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열심히 산 것 같다. 앞으로는 내 딸과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유언집 형식으로 만들어서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신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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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통 한 번 안 부리고 열 일곱에 찾아온 달이 서른 세 해 내 몸에서 곱게 살아 주었다. 한 번 거른 달의 얼굴을 열흘째 찾고 있다.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지고 애액이 마른다. 두 번 거르고 또 어느 달에 세 번 거르면 그 때 몸의 소리를 다시 써야겠다. 마흔 다섯에 들었던 소리는 거짓이 될 것이다.

애액이 마르는 이유를 알겠다. 전혀 나만의 방식으로. 식은땀 때문이다. 흰새벽 식은땀. 없던 일을 매일 경험한다. 가슴골을 흐르는 끈끈함과 미끈함과 뜨끈함에 잠을 깬다. 깨고 나면 끔찍하다. 사랑으로 가야할 물이 다 땀으로 간다는 말이다. 나 낮땀 많이 흘리며 산 사람이야. 밤땀이 어디에서 온단 말이냐. 물 두 병을 네 병으로.

울컥, 뜨거운 것이 다리 사이로 쑤욱 빠져 나온다.

또 한 번 달의 허기가 밀려나올 때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 했다. 떨어진 아이처럼 무력하여. 아직 해가 있는 창으로 눈이 갔다. 초승달이 얼만큼 부풀었나. 꼭 두 번 아이가 섰고 삼백일흔다섯 번 아이가 되지 못한 피가 흘렀다. 사백을 세기 전에 단 두 번이라니. 단 두 번의 수정이라니.

한 번만 더 오라. 뱃속으로 못 오면 혈관을 타고 심장으로.

이 물큰 거리는 피를 찍어 쓰고 싶다.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