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레익 경관은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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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혐의 조사받던 중 ‘신중하게 연출해’

 

 

지난 9월 1일 일리노이주 폭스 레익에서 용의자를 추적하던 중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진 경관은 횡령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수사당국이 4일 발표했다.

레익카운티 중대 범죄 수사반의 조지 필렌코 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사망한 폭스 레익 경찰서 소속 찰스 조셉 글리니위츠(52, 사진) 경위는 지난 7년간 수만달러를 횡령하고 돈세탁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다”면서 “압박을 이기지 못한 글리니위츠 경위가 마치 범죄 용의자의 총에 살해된 것처럼 보이도록 신중하게 연출된 자살을 택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후 두 달간 용의자 추적에 애를 먹은 수사 당국은 조사 초기부터 글리니위츠의 자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후 인력 150명을 동원해 글리니위츠가 남긴 휴대전화 메시지 6,500건, 전자메일 4만건을 샅샅이 살핀 뒤 200건에 달하는 증거를 수집해 그의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32년차 베테랑 경찰이던 글리니위츠는 폭스 레익 경찰서가 장차 경찰이 되고 싶은 젊은이들을 위해 마련한 멘토 프로그램에 지원된 돈을 주택담보대출 상환, 여행, 물품 구매 등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민간인의 갑작스러운 총격에 경찰이 잇따라 사망하던 와중에 벌어져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글리니위츠는 사건 당일 오전 7시52분쯤 3명의 수상한 용의자를 검문·추적하던 중 총에 맞았다고 동료 경관에서 무전을 쳤다. 지원 병력이 무전을 받은 지 15분도 안 돼 도착했지만, 이미 글리니위츠는 사망한 뒤였다. 추적 중이라는 말과 달리 그의 차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쓰러진 상태였다. 경찰은 무전에서 받은 대로 백인 2명과 흑인 1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인력 400명을 투입해 일대를 대대적으로 수색했다. 경관의 연쇄 피격 사망 사건이라 연방수사국(FBI)은 물론 경찰기동대 등 전 수사 기관이 헬리콥터를 띄워 사력을 다해 추적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사실상 글리니위츠가 자살을 덮으려고 꾸민 것이라는 게 수사 당국의 결론이다. 다만,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글리니위츠의 자살에 2명이 간여한 것으로 당국은 심증을 굳혔다. 글리니위츠는 총구를 자신의 방탄복으로 돌려 오른쪽 옆과 왼쪽 가슴에 두 발을 쏴 자결했다. 생전에 영웅으로 불린 글리니위츠는 생을 마감한 뒤 동료에게서 ‘완벽한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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