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볼턴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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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국무장관, 볼턴 보좌관.<AP>

CNN 보도, 북한 정보 공유 놓고 신경전

트럼프 행정부에서 외교·안보 ‘투톱’으로 꼽히는 마이크 폼페이오 연방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이란 등 국제적 현안을 둘러싸고 ‘영향력 쟁탈전’을 벌이면서 둘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CNN 방송이 22일 보도했다.

CNN은 4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이런 긴장이 두 사람의 정책적 차이보다는 개인적 운영방식의 충돌에 기인한다고 전했다. 이들 소식통은 볼턴 보좌관의 보다 계산적인 방식이 폼페이오 장관을 화나게 할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보좌관의 역할을 넘어 외교정책 수장인 자신의 영역을 침해하는 것으로 느끼게 한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공개 발언에 신중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외교적 수완을 중시하는 반면, 볼턴 보좌관은 트윗을 하거나 자신을 외교 논쟁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올려놓고 공개적으로 강경한 의견을 내는 접근법을 취해왔다.

볼턴 보좌관은 종종 관료주의적 장애물을 우회하고 폼페이오 장관이나 다른 기관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자신의 메시지를 밀어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작년 4월 취임 후 외교정책 결정을 위한 고위급 각료 회의를 이전보다 덜 소집하는 대신 대통령, 국가안보회의(NSC) 멤버들과의 소규모 비공개회의를 선호해 폼페이오 장관을 포함한 최고위 관료들이 배제된 느낌을 받도록 했다. 일례로 최근 북한 문제 대처를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볼턴 보좌관은 폼페이오 장관을 배제한 채 질문 리스트를 중앙정보국(CIA)에 보냈는데 뒤늦게 이를 안 폼페이오 장관이 격노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이후 CIA는 관련 정보를 두 사람 모두와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볼턴은 정보를 혼자 차지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의에 앞서 자신의 부하인 앨리슨 후커가 CIA에 정보를 요청하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란과 관련한 정보를 검토하기 위해 CIA 본부로 직접 가서 조율하기도 하는데, 이는 볼턴이 국무부 등을 멀리 떨어뜨리기 위한 쉬운 방법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대통령에게 편향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하는 전통적 역할 대신 볼턴 보좌관이 자유 계약 신분인 프리랜서처럼 일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폼페이오 장관은 물론 행정부 주변의 다른 사람들까지 볼턴에 대해 분개하도록 했으며, 볼턴이 대통령의 정책을 약화한다는 비판으로도 이어진다. 볼턴의 방법론이 대통령의 분노를 불러오기도 했다고 CNN은 전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이 북한에 관해 자신을 약화하고 전체 협상 과정을 거의 교착상태에 빠뜨렸다’고 반복적으로 말해왔다고 한다. 지난 3월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내놓고 볼턴이 박수의 트윗을 올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북한 제재가 철회될 것이라는 트윗을 올려 온도차를 보인 바 있다. 이에 반해 폼페이오 장관은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더 자주 만나지만 자신이 대통령과 더 가까운 관계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한 관계자가 CNN에 말했다. 두 사람은 매주 한 번 점심 식사를 같이하고 매일 통화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나 유럽, 중국 등 국제 문제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볼턴 보좌관 측은 폼페이오 장관이 현재 자리를 미래의 정치적 야심을 진전시킬 플랫폼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불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베네수엘라 사태도 두 사람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는 핵심 요소다. 폼페이오 장관은 신중한 접근법을 추천했지만, 볼턴 보좌관은 공개적으로 후안 과이도 임시대통령을 지지하도록 몰아갔다. CNN은 두 사람의 갈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행동과 외교정책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 악화한 것 같다는 볼턴 보좌관과 가까운 인사의 분석을 전했다. 이 인사는 “두 사람 간에 무슨 일이 있든, 문제는 그 중심에 정상적 대통령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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