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잔의 술이 건강에 좋다?···잘못된 믿음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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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Tony Cenicola/The New York Times]

관련 연구 결과들, 인과관계 증명 아닌 관찰에 불과
적당한 음주 그룹, 원래 사회경제적 여건 좋을 가능성
과학자들 “덜 마실수록 좋다”로 연방 지침 변경 추진

하루에 한 두 잔의 술을 마시는 것이 건강 증진에 좋을까? 그동안 연방 정부의 식습관 관련 건강 지침서는 적당한 음주가 심장질환의 위험을 낮추고 사망률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 건강 가이드라인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술에 대한 입장을 좀더 강경하게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방 정부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준비하고 있는 자문위원회 과학자들은 최근의 컨퍼런스콜 회의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동일하게 음주 권고량을 하루에 와인이나 맥주 또는 하드리커 딱 한 잔으로 제한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음주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술을 마시는 것은 하지 말라는 게 자문위원회의 권고다. 일반적으로 술을 덜 마시는 것이 더 마시는 것보다는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이같은 입장은 연방 정부의 기존 가이드라인에서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지난 1980년부터 이 가이드라인은 ‘적절한 음주량’을 남성의 경우 하루에 2잔, 여성은 1잔으로 규정해왔다. 여기서 한 잔의 기준은 맥주의 경우 12온스(355ml), 와인은 5온스(148ml), 위스키(40도)는 1.5온스(44ml)로 규정돼왔다.

매 5년마다 개정판이 나오는 이 가이드라인은 지난 1990년에서 2010년 사이 발표된 것들의 경우 지나친 음주를 삼가도록 하고 특히 임신부나 기저질환자의 경우 술을 마시지 말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은 적당한 음주가 심장질환의 위험을 낮추고 사망률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고, 지난 2010년 개정판의 경우 적당한 음주가 노년층의 인지기능 유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기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의 바탕이 돼 온 관찰 연구들은 인과관계를 밝히는 연구가 아니었고 특히 사회경제적 요인들을 감안하지 않은 한계들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예를 들어 술을 많이 마시는 그룹과 전혀 마시지 않는 그룹, 그리고 술을 적당히 마시는 그룹을 비교한 연구들의 경우 관찰 대상들 중 적당한 음주를 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더 좋은 건강보험을 가지고 있고 운동도 더 많이 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고 비만율도 더 낮은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술을 전혀 안 마시는 그룹과 적당히 마시는 그룹을 비교한 한 연구를 분석한 결과 음주 외에도 심장질환 위험을 높이는 다른 요인들 30가지 가운데 27가지가 술을 전혀 안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즉, 적당한 음주가 건강을 증진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적당한 음주를 즐기는 사람들 중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By Anahad O’Con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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