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로 얼어붙은 텍사스’일상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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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코퍼스 크리스티시의 한 식료품 마켓 진열대가 생필품을 구입하려는 주민들이 몰리면서 텅 비어 있는 모습.[로이터]

162개 카운티 급수 중단, 입원 환자 치료 못해
전력·식량난도 지속···석유 생산 재개 움직임

 

기록적인 한파로 최악의 정전 사태가 발생한 텍사스주에서 인구 절반 가까이가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특히 일부 병원에서는 물이 부족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까지 속출하고 있다. 한파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NYT에 따르면 텍사스주 환경질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텍사스주 254개 카운티 중 162개에서 800개 이상의 지역 급수 시스템이 중단돼 1,310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텍사스주 인구가 2,94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인구 절반 가까이가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물 공급이 가능한 일부 지역도 식수 오염 가능성으로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당국은 주민 700만 명에게 식수 오염 가능성을 대비해 물을 끓여 먹으라는 주의보를 내렸다. 식수를 구하기 어려워진 주민들은 눈을 녹여 사용하고 있다. 크레스트뷰에 거주하는 스미스 팬더는 “생수가 떨어지면 눈을 녹여 식수로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주전자와 냄비에 눈을 담아두고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 주민들이 물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더욱 더 끔찍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NYT는 전했다.
텍사스주 수도 오스틴의 한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NYT에 물 부족으로 예정된 투석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스티브 애들러 오스틴 시장은 “현재 도시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물 한 방울이라도 쓸데없이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앞으로 2∼3일간 에너지와 물을 절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민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문제는 한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수도 업체 타일러워터유틸리티의 직원인 코리 브라운은 “기온이 낮아 공급망을 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 고객 절반이 물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전 문제도 여전하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의 정전 피해는 한때 450만 가구에 달했지만 차츰 복구가 이뤄지면서 현재 55만 가구로 줄었다.
하지만 완전 복구가 아닌 순환 정전이 반복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은 가시지 않고 있다. 텍사스주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력 복구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한파가 계속돼 앞으로 이틀 동안 순환 정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설상가상 식량난도 발생하고 있다. 정전으로 식료품점 냉동고 가동이 중단되면서 곳곳에서 식자재가 상했고 유제품 유통망도 끊어졌다. 코로나 사태 초기 때와 버금가는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식료품점 선반이 텅 비었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온라인에 속속 올라왔다. 텍사스주는 코로나19 위기 당시의 식자재 공급 붕괴를 넘어서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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