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적 약자 보호···’착한 기술’ 새 트렌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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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 사장이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호텔에서 진행된‘CES 2020’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권욱 기자]

삼성, 보안 플랫폼‘녹스’확대
애플은‘프라이버시 정책’발표
개인정보 보호가 최대 화두로
기후변화 대응 혁신 제품 봇물
장애인·공정무역 지원 기술도

“삼성전자는 개인이 더 안전하게 첨단 기술을 누릴 수 있도록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착한 기술(Technology for Good)’을 추구할 것입니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 사장은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CES 2020’ 기조연설에서‘착한 기술’의 시대를 선언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애플·페이스북·다임러 등 수많은 기업이 이번‘CES 2020’에서 △개인정보 보호 △기후변화 대응 △사회적 약자 보호 등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에 화답하는 미래 기술을 선보였다.

◇개인정보 보호
집안 모든 곳이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되고 인공지능(AI)이 탑재되는 시대를 맞아 개인정보 보호가 ‘CES 2020’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김 사장은 “업계 최고 수준의 보안 플랫폼인 ‘삼성 녹스’를 모바일·TV·가전·IoT 기기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온디바이스 AI, 에지컴퓨팅, 블록체인 등 데이터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도 지속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페이스북과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28년 만에 CES에 참가한 애플의 첫 공식 일정은 페이스북과 개최한 ‘개인정보 보호 책임자 원탁회의’였다.
이날 애플은 ‘프라이버시 중심 디자인’ 정책을 소개했다. 서비스 기획에서부터 폐기까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는 기술 및 정책이다. 제인 호바스 애플 이사는 “얼굴인식 등 민감 데이터는 서버가 아닌 사용자 기기 안에서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공개범위 확인’ 기능을, 구글과 아마존은 음성 지시로 AI 스피커의 명령 내용을 삭제하는 기능을 소개했다.
◇기후변화 대응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친환경’ 역시 착한 기술의 핵심 키워드가 됐다. 미래 모빌리티의 지향점으로 ‘자연’을 택한 글로벌 완성차 강자 독일 다임러그룹이 대표적이다.
올라 셸레니우스 다임러그룹 이사회 의장 겸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앞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자동차 판매량이 늘어나도 자원 소비는 늘어나지 않도록 자동차 생산전략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2030년까지 차량 생산에 들어가는 물과 전기를 각각 30%, 40% 이상 줄이고 자동차 소재 95%를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채택하겠다는 것이 구체적인 목표다.
CES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기술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추적한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CTA가 2016~2017년 조사한 결과 회원사들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9% 감소시켰다.
게리 셔피로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소비자 기술 산업은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드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 “이제 IT 기기는 그 어느 때보다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생산에 필요한 재료와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고 재택근무·자동화를 통해 에너지 절약에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혁신제품도 쏟아졌다. 환경 기술 업체 AoAir가 선보인 페이스 마스크는 주변 대기 정보를 발광다이오드(LED) 색상 등으로 나타내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사회적 약자 보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도 이번 CES에서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평년 대비 많은 볼거리로 화제를 모았던 일본 파나소닉 부스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 제품 중 하나는 자율주행 전동휠체어 ‘휠(WHILL)’이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미리 경로를 입력하면 휠체어는 자율주행으로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자율주행이라는 최신 기술을 적용한 파나소닉의 ‘착한 제품’이었다. 브랜코는 사용자의 뇌파와 근육의 신호로 제어하는 인공의수를 선보이기도 했다.
미국 IBM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공정무역’을 지원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커피를 마실 때 IBM이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원산지와 함께 재배, 유통, 배송, 수출, 블렌딩, 로스팅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데이터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블록체인이 활용된다.
IBM은 “의식 있는 소비자들이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공급되는 커피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신뢰와 투명성을 높여 식재료의 공급망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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