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공포로 제2차 김-트럼프 정상회담 기다리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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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가 22일자 인터넷판에서 ‘북미간 정상회담을 희망과 공포로 기다리는 한국’이란 장문의 서울발 기사<사진>를 실었다. 다음은 기사를 전재한 것이다.

이달 베트남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비핵화 방안에 합의할 수 있도록 행운을 빈 사람이 있다면 바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다. 한국내 경제 문제에 대한 빠른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하락하는 지지율을 역전시킬 수 있는 문 대통령의 최선의 기회는 북한의 비핵화를 진전시키고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돕는 그의 최우선이자 가장 중요한 정책을 시작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는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만나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비핵화 협정을 체결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는 미국과 유엔이 제재를 완화하고 문 대통령이 야심 찬 대북 경제 협력 계획을 추진할 여지를 만들기에 충분히 중요한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만약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할 경우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비난 여론이 더 커질 것이다. 그가 너무 낙관적이고 순진했으며 북한의 의도를 잘못 읽고 미국인에게 잘못 전달했다는 비난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당선된 이후 미국과 북한을 중재하는데 전념해 왔으며, 김정은과 협상할 수 있는 이점에 대해 트럼프를 지칠 줄 모르게 설득해왔다. 그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비핵화 협상에 성공에 너무 크게 내기를 했고, 결국 한국내에서의 그의 정치적 행운이 두 예측 불가능한 지도자의 변덕에 점점 더 얽매이게 됐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봄, 그가 미국과 북한간의 군사적 대결 가능성을 완화시키기 위해 남북 국경에서 김정은을 2번 만났을 때 80%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는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정은과 트럼프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의 발판이 됐다.

그러나 트럼프와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과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한 약속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대해 미국과 북한간의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이후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50% 이하로 떨어졌다. 문 대통령은 작년 9월에 평양으로 날아가 김정은을 다시 만나 미국과 북한 사이의 막힌 부분(logjam)을 끊었다. 하지만 교착 상태는 여전히 남았고, 문 대통령의 비판론자들은 그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과대평가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정은이 9월에 문 대통령을 만났을 때, 연내에 서울을 방문한 최초의 북한 지도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김정은의 방한은 해를 넘겼고 이로 인해 문 대통령의 김정은에 대한 영향력에도 의구심이 더욱 커지게 됐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집착하는 동안 국내 사정은 그에게 불리해졌다. 그가 속한 집권당인 민주당의 인기는 정치인들이 미투(#MeToo) 비난과 다른 스캔들로 얼룩지면서 급락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같은 진보세력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20대 한국인들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빠르게 잃고 있다. 나이가 든 보수적인 한국인들은 최근 몇 달 동안 거의 매주 주말마다 서울 도심에서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북한과의 화해 노력을 비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전임자들 중 누구도 이룰 수 없었던 것을 성취하려는 트럼프의 강한 욕구와 북한을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시키고 싶은 김정은의 절박한 필요가, 북핵 위기를 종식시킬 수 있는 단한번의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여전히 확신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긴장을 끝냄으로써 빈곤한 북한이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남한에게는 새로운 성장원천으로 둔화된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53년 휴전협정으로 끝난 한국전쟁 이후 이런 기회는 한 번도 없었으며,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싱가포르회담에서 ‘한반도 완전 비핵화’와 관련된 주요 세부사항에 대해 정확히 정리하지 않은 채 회담을 마침으로써 현재의 교착상태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과거 북한은 미국이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등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주장할 때 한반도 완전 비핵화란 용어를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핵무기를 포기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고, 미국이 제재 완화 같은 상응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이상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지난달 미국과 북한사이에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해석차이가 없으며, 이는 모든 북한 핵무기와 핵분열 물질과 그들의 생산시설을 해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주한미군 사령관에서 퇴임한 빈센트 브룩스 장군은 지난달 김정은을 언급하며 “우선 그의 말을 믿어야 한다. 특히 북한의 과거 행적을 감안할 때, 그것은 받아들이기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다”라고 ‘PBS 뉴스아우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2017년 북한을 향해 “불과 분노”를 터뜨리겠다고 위협하고 김정은을 “작은 로켓맨”이라고 조롱했던 트럼프는 이제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면 경제 재건을 돕겠다고 약속한다. 트럼프는 이달 트위터를 통해 “북한은 다른 종류의 로켓이 될 것이다. 즉 경제적인 로켓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의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은 의회에 출석해 “북한은 궁극적으로 핵이 체제 생존에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핵무기와 생산 능력을 완전히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스티븐 비건 대북특사는 이달 들어 사흘 동안 평양에서 양국 정부가 비핵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서로 원하는 사항의 “상세하고 철저한” 목록을 교환했다고 한국 관리들에게 보고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하노이 정상회담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은 여전히 비핵화를 시작하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라는 가장 어려운 부분을 타결짓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한국 관리들이 말했다. 이 모든 것이 하노이 회담을 트럼프, 김정은, 문 대통령에게 도박으로 만들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내기를 회피해온 김정은과 달리 문 대통령은 트럼프의 바구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분석가들은 말했다. 고려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같은 배에 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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