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5-2018] IL교과서에 실린 한국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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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Expectations’ 표지와 수록된 김광규(작은 사진) 시인의 ‘어느 돌의 태어남’ 영문번역본.

김광규 시인의 ‘어느 돌의 태어남’ 영문번역본

 

한국 유명 원로시인의 시가 일리노이주 초등학교 교과서로 사용되는 책에 오래전부터 수록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광규(77) 시인이 쓴 ‘어느 돌의 태어남’(영문제목: The Birth Of A Stone)이 그것으로 이 시는 일리노이주 초등학교 6학년 대상 독해(reading) 교과서로 쓰이는 책에 2000년대 초부터 실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책은 스캇 포스만 출판사에서 2001년 출간한 ‘Great Expectations’으로 다양한 시와 소설 작품이 실려 있으며 일리노이주내 초등학교에서 영어과목 교재로 채택돼 왔다.

수록된 시 가운데 하나인 김 시인의 ‘어느 돌의 태어남’은 영국 웨일즈 출신으로 귀화 한국인인 브라더 안소니(한국명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 및 번역가가 90년대 번역했고, 91년에 런던에서 출간된 ‘Faint Shadows of love’(저자 김광규) 단행본에 수록된 바 있다. 또한 9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구 문예진흥원)가 수여하는 한국 문학 번역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시인의 시는 영어, 독일어, 불어, 스페인어, 체코어, 중국어, 일어, 아랍어, 베트남어 등으로 단행본이 나왔을 뿐 아니라 폴란드와 이탈리아어로 번역 및 소개되는 등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작품이다.

김광규 시인은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시의 명료한 이미지와 국경을 초월하는 보편성 때문에 이 시가 대서양을 건너 미국까지 가서 교재에 실린 것 같다. 시카고엔 가보지 못했는데 내가 모르는 수많은 독자들 중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내 작품을 읽고 있다니 흐뭇하다. 문학 작품 수용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1990년대말, 뜻하지 않게 영국이 아닌 미국 출판사로부터 이 시를 교과서에 싣고 싶다고 서신으로 동의를 구해왔다. 재수록을 허락하고 계약서에 서명해 보내면서 책이 나오면 보내달라는 답신을 보냈더니 2002년 4월, 화려하게 장정된 크고 두툼한 책이 왔다. 얼마 안되지만 저작권료도 송금해왔다”고 덧붙였다.

1975년 ‘문학과 지성’을 통해 등단한 김광규 시인은 등단 이후 40여년간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해 온 한국 문단의 원로시인으로 ‘누군가를 위하여’,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등 지금까지 총 12권의 시집을 펴냈으며 지난 1월에는 800여편의 자작시중 224편을 뽑아 시선집 ‘안개의 나라’를 출간하기도 했다. 1941년 서울 출생인 김 시인은 서울대에서 독어독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양대에서 오래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가르쳤고 현재는 명예교수이다. 그는 녹원문학상, 오늘의 작가상, 김수영 문학상, 이산문학상 등 한국 문단의 권위있는 문학상을 다수 수상했다.<신은영 기자>

 

어느 돌의 태어남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깊은 산골짜기에도

돌이 있을까

아득한 옛날부터

홀로 있는 돌을 찾아

산으로 갔다

 

길도 없이 가파른 비탈

늙은 소나무 밑에

돌이 있었다

이끼가 두둑이 덮인

이 돌은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여기에

있었을까

 

2천년 일까 2만년 일까 2억년 일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아무도

본 적이 없다면 이 돌은

지금부터

여기에

있다

 

내가 처음 본 순간

이 돌은 비로소

태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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