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9-2017] 투표장서 만난 코리아씨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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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운전해 한국선거 마지막 투표 행사

가정폭력 피해 딛고 곧 시민권 취득 예정

지난 27일 시카고 재외투표소에서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 켄터키에서 7시간 가량을 쉬지 않고 달려오며 떨리는 마음으로 재외선거 투표에 참여했다는 그는 상기되어 있었다.

“제 이름은 루시 박 코리아 입니다. ‘미국에 있는 루시는 한국에 있는 엄마로부터 왔다’는 의미를 담아 라스트 네임을 코리아를 넣었습니다. 어디에 있든 제 뿌리는 한국인이니까요.”

그는 말을 이었다. “이번 투표가 마지막입니다. 신변보호를 받는 자격으로 스페셜 영주권을 받았기에 곧바로 시민권도 신청할 수 있게 됐어요. 비록 개인사정으로 미국인이 되지만 나는 뿌리부터 한국인이고 그것이 자랑스럽기에 라스트네임을 코리아로 남기게 된 것입니다.”

먼 거리를 이동해 투표한 소감을 묻는다는 인터뷰가 그의 험난했던 삶을 들여다보는 작업이 되어 버렸다. 루시 박 코리아<사진/Lucy Bak Corea>는 한국서 아버지의 폭력, 미국에서의 남편의 폭력과 협박 등을 겪는 등 험난한 삶을 살아 왔다. 투표장에서 자리를 식당으로 옮겨 그의 역경을 자세히 들었다.

루시 박씨는 “어릴적부터 아버지의 폭력 등으로 힘들게 자라던 중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피부관리사, 경락마사지사, 미용사 자격증 등을 취득해 일하며 그저 돈만 보고 사는 사람처럼 살았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며 “다시 학교를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26살에 고등학교를 입학했고, 대학재학 중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학에 교환학생으로 한달간 다녀온 후  미국대학 편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아낌없이 잘해주던 남자를 만나게되고 결혼까지 하게 됐다. 하지만 결혼 후 그가 살던 웨스트 버지니아로 시집으로 왔더니, 온 집은 엉망이었고, 인터넷비, 전기비를 못내 다 끊겨있었다. 아내가 됐으니 어떻게든 이겨내 보려고 했지만 그는 내 명의로 돈을 빌려 마구 썼다”며 “도망가려고 하면 끊임없이 협박했다. 미국 법 등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그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1년 가까이 그런생활이 지속되자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겠다고 결심하고, 우먼센터에서 검사받는 동안 남편 몰래 간호사에게 부탁했고 그의 도움으로 그날부터 법적 신변보호을 받고 남편으로부터 떨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한식당 ‘Han Cook In’을 어렵게 시작해 유명 요리 프로그램 ‘Guy’s grocery games’ TV방송에 출연까지하며 주목받았지만 재정적 부담으로 6개월만에 문을 닫게된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훗날 ‘능력을 갖춘다면 작은 시골에 좋은 레스토랑을 차려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내고 싶다’는 그의 꿈을 떠올리며 오늘도 미소짓는다.

그는 “몇몇 사람들은 그런일들을 겪은 내가 미련하다고 욕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이 계획한대로 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중요한것은 나의 힘든 상황도 내 의지로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과 마인드를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연습했다”며 “미용, 경락마사지 관련 기술을 활용해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싶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미국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든 순간들이 순탄치 않았지만 신앙인으로서 하나님이 그 모든일들을 겪게 하신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경험이 상처로 남기보다 오히려 치유자(Healer)로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주변에도 남편으로부터 학대받는 분들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 옵니다. 이미 겪은자로서 내가 도울수 있어 감사합니다. 또한 나도그랬듯이 아픔과 상처를 뭍고싶기도하겠지만 때로는 창피해 할 것 없이 주변에 알려 도움을 청해야합니다.” <홍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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