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1-2017] “미래의 코리안 빅리거 조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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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고 산하 마이너리그 싱글A팀인 유진 에메랄드에 몸 담고 있는 허재혁 트레이닝 코치가 구단 로고가 새겨진 장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8~10년까지 컵스 마이너리그 팀에서 트레이닝 파트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허 코치는 2010년 김동엽(현 SK)과 함께 했고(오른쪽 위), 올해는 기대주 권광민을 집중 지도하고 있다(오른쪽 아래).<사진=허재혁>

시카고 컵스 산하 싱글A팀 트레이닝 코치 허재혁

7년만에 컵스에 재합류, 외야수 권광민 지원 업무

오리건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 유진. 이 곳에는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싱글A 팀인 유진 에메랄즈가 있다. 먼 훗날 메이저리거를 꿈꾸며 전세계에서 야구 유망주들이 몰려들었고, 그 중에는 한국 출신 외야수 권광민(19)도 포함됐다. 그리고 반가운 한국인이 한 명 더 있다. 선수들의 훈련을 책임지며 성장을 돕는 허재혁(38) 트레이닝 코치가 올해 컵스와 계약을 하고 유진 에메랄즈에 합류했다.

사실 허재혁 코치와 컵스의 인연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미국 몬태나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그 해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트레이너로 2010년까지 몸담았다. 보통 마이너리그에는 남미 선수들이 많아 스페인어가 가능한 트레이너를 필요로 했는데, 당시 컵스는 한국인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실제 허 코치가 있는 동안 수 많은 선수들이 부푼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넜다. 2009년 내야수 이학주(27·일본 독립리그), 투수 정수민(27·NC), 외야수 하재훈(27·일본 독립리그), 2010년 투수 나경민(26·롯데), 외야수 김동엽(27·SK), 투수 김진영(25·한화)이 허 코치와 함께 생활했다. 낯선 땅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이들에게 ‘말이 통하는’ 허 코치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김동엽은 “허 코치님이 미국 생활에 적응할 때 많은 도움을 줬다”며“사실 트레이닝 파트를 담당해서 굳이 안 해줘도 되는데, 한국 선수들의 통역을 자처했다”고 돌이켜 봤다. 이어 “평소 맛있는 음식도 같이 먹으러 가고 여행도 함께 갔다”면서 “시즌 후 그랜드캐니언에 가서 담력 훈련 겸 체력 훈련으로 절벽 위에서 팔굽혀펴기와 스쿼트를 했던 것이 인상 깊은 추억으로 남았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허 코치와 김동엽은 한국 야구단 SK에서 재회했다. 허 코치는 2012년 말 SK의 트레이닝 코치로 부임했고, 김동엽은 2016 KBO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었다. 허 코치는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SK를 떠났다. 시즌 후 눈 상태가 안 좋아져 수술을 받고 휴식을 취하던 중 컵스로부터 연락을 받고 7년 만에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허 코치는 19일 본보와 통화에서 “2014년쯤 한번 연락이 왔었지만 그 때는 SK에 온지 얼마 안 돼 거절했다”며 “이번에 다시 제의가 왔을 때는 눈 수술을 했으니까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 트레이닝 파트 어시스턴트 코치 겸 권광민에 대한 지원 업무를 올해 한 다음, 내년부터 풀타임으로 트레이닝을 책임지자는 얘기를 듣고 컵스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래의 빅리거들 곁에 있는 허 코치의 하루 일과는 24시간이 모자라다. 홈경기 기준으로 오전 8시30분에 일어나 출근 전 숙소에서 아침밥을 해결한다. 11시쯤 야구장으로 출근한 다음 개인 운동 및 업무 준비를 하고 오후 1시 반에 선수들이 나오면 2시 반부터 5시까지 훈련을 돕는다. 그리고 7시에 경기를 시작하고 다 마치면 11시 반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에서는 권광민의 룸메이트로 추가 근무(?)를 하게 된다. 모든 야구 선수의 꿈이 그렇듯이 코치들도 메이저리그에서 일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허 코치도 분명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예전에 3년간 있어 보니까 현실적으로 ‘메이저리그에 갈 사람은 따로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오히려 싱글A팀에 있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허 코치는 “구단의 육성 시스템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면서 “경기 전 햄버거 하나, 식빵에 잼 발라먹는 시대가 아니다. 꾸준히 투자를 한 덕분에 지금 스포츠 영양사가 식단 관리를 해주고 있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선수 관리를 하는 등 한국에서 볼수 없었던 것들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멘탈 관리 코치가 따로 있고, 인성 교육, 영양 관리 등 파트 별로 육성 체계를 갖추고 있어 구단에서 어린 선수들을 각별히 신경 쓴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며 “선수들도 모두 착하고 운동도 정말 열심히 한다. 브렛 앤더슨이나 제밀 윅스 등 재활하러 내려왔던 메이저리거들은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어린 선수들보다 2~3배 더 운동을 하고, 동기부여가 되는 조언도 많이 해준다”고 선진 육성 시스템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허 코치는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친구(선수)들이 잘 커서 메이저리그 선수로 성장했을 때 뿌듯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가장 이상적인 바람은 권광민이 상위리그까지 쭉쭉 치고 올라가는 것이다. 허 코치는 “미국에서 풀타임 2년차를 보내고 있는데 미국 선수들에 비해 식단 관리나 보강 운동, 이미지 트레이닝 등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선수 스스로 미국 무대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서 하나씩 열심히 배워가고 있고,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 관심있게 지켜 봐달라”고 당부했다.<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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